[문재인 대통령 당선] 엔터테이너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2017 연예계 희망사항
[아시아엔=차플린(본명 차승환) 사단법인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김포지회장, <문화방송> 코미디언 공채 8기] 어디서부터 어떤 말을 해야할 지 걱정부터 앞선다. 일반적으로 연예계 동료들이 모이면 늘상 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나 출연료, 혹은 행사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등이다. 또 자기가 살아가는 삶에 관해서도 종종 얘기한다.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아닌가 싶다. 첫째,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 둘째,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위 두가지를 갖고 하고 싶어도 일을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2017년 올해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매해 청년실업자가 9.8% 늘어난다는 기사도 봤다. 연예계의 구조도 알고 보면 먹고 사는 일조차도 힘든 게 다반사다. 물론 상위 몇 퍼센트는 평생을 먹고 살아도 남을 정도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새정부가 출범하면 방송연예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 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먼저 가수활동을 하는 동료 이야기다. 가수들은 보통 음원 한 장을 내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다. 그리고 음원이 나오면 홍보활동(PR)을 시작하는데 전국의 방송국을 열심히 돌아다니기 일쑤다. 그런데 보통은 유명한 가수들 음원은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쉽게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과 공이 있었겠지만, 인지도가 조금 낮은 이들이 직접 지방방송국을 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음원을 홍보하며 TV나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한다. 보통은 라디오국을 많이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게 직접 가수가 원해서 출연하면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본인들이 섭외되지 않고 직접 자청할 경우 노래를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방에 한번 내려가면 유류비·식비를 포함해 만만치 않는 돈이 들어가는데 그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 자리에 출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을 했는데 출연료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원칙적으로 따지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렵게 먼곳까지 찾아가는 경우에는 조금이지만 출연료가 지급되어야 맞다고 얘기하던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희극인 후배들과의 대화에서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송에 나가기 위해서 일주일을 밤낮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정말 어려운 생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습비용이나 유류비·식비 등은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신인들의 출연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위 말해서 ‘떠야만’ 그제서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가수들은 히트곡 하나 있으면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저작권료라는 것이 있고, 그 외 행사 등에서 노래를 불러 벌어들이는 수입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말 천차만별이다. 개그맨들은 유행어가 생기면 그게 히트곡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작권료라는 것이 없다. 4대보험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프리랜서는 일한 만큼만 벌고, 없으면 굶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가수들의 행사출연료도 다양한데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된다. 90년대에 비해 2017년 현재 출연료를 보면 정말 많이도 올랐다
개그맨도 물론 잘 나가는 이들은 수천만원씩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방송 외 행사)이 넘쳐서 일일이 응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친구들은 일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인데, 그나마 일이 들어 와도 90년대보다도 적게 받는 경우가 흔하다.
방송국 출연료도 마찬가지다. 대형기획사나 이름 있는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적지않은 출연료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연예인들은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계약을 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주는 대로···.
그야말로 연예계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가끔 TV를 보면, 공중파·종편·케이블 등 여기저기 나오는 연예인들이 참 많다. 아무래도 조직체계이다 보니 기획사가 있는 친구들은 어디라도 한 군데 나올 수 있지만, 개인 매니저도 없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여기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을 못 구하는 프리랜서 연예인들이 끼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편견과 사회의 통념이다. 그건 절대 아니다. 우리끼리식으로 말하면 끼가 더 많고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중파나 케이블의 어떤 채널에서도 단 한번의 기회도 못잡는 경우인 것이다. 꽃도 제대로 못 피우고 저물어 가는 연예인 동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무겁다.
비즈니스로 치면 방송국이 ‘갑’ 연예인이 ‘을’인 경우가 많다. 재능이 뛰어나 잘 해도 편집에서 잘리면 유명세를 탈 수 없고, 재미없는 내용도 편집만 그럴 듯하게 해도 유명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개그코너 하는 걸 보면 가끔 이럴 때가 있었다. 현장라이브에서 빵빵 웃음이 터졌는데, 편집을 당하면 정말 힘이 빠지게 된다.
물론 요즘은 배틀형식의 점수제를 도입해서 관객들에게 바로 평가받고 뜨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한다. 그만큼 고도의 경쟁시대에 사는 요즘, 연예계 역시 일자리 잡기도 힘들고, 먹고 살기도 더 힘들어졌다.
엔터테이너인 우리가 바라는 것은 출연료를 더 올려달라기보다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더 줬으면 하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도 일할 때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든다.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어느 한쪽만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는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다. 촛불시위때 자주 등장한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또 나올 지도 모른다.
재능기부 행사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요즘 경기가 정말 좋지 않다고 피부로 느낄 정도다. 능력이 뛰어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달리, 먹고 살기 힘든 연예인한테 “재능기부로 마이크 잡아 달라”고 하면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관공서 등에서 여윳돈이 있을 때는 잘 나가는 연예인을 수백만~수천만원 주고 섭외하면서 그게 아닐 때는 수입이 절실한 ‘마이크 잡는 게 직업인 사람’ 좀더 사실대로 말하면 ‘가난한 연예인’한테 “그냥 와서 재능기부로 해달라”고 하면 그건 아니라는 얘기다. 말 그대로 줄을 잘 잡아야 잘 나가고, 잡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말, 제발 새 대통령 시대에는 제발 사라지길 바란다.
그런 식이니 정부가, 나라가 이렇게 무너져 내린 게 아닌가 싶다. 그럴 거 같으면 초중고 과정에서 그냥 처세술이나 줄 잘 잡는 법, 라인 잘 타는 법 이런 거나 가르치는게 맞다.
평범한 엔터테이너로 사는 사람 중에는 줄이라고는 지푸라기도 잡을 수 없는 이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열정과 소신을 다해서 착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정말 많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그들의 말에 단 한번이라고 귀 기울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