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영장기각] ‘김종인 상법’과 같은 맥락?···정운찬 초과이익공유제 ‘주목’

[아시아엔=심정택 경제평론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어떤 친구가 외쳤지만 이 말이야말로 최고 거짓말이다. (그동안, 현재도)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이 그걸 결정적으로 보여줬다. 따라서 우리가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을 위해 싸워야할 적이 누구인지 분명해졌다. 다시 꺼지지 않은 진실의 횃불을 높이 들자.”

광주 출신으로 대학 시절, 5·18민주화운동을 몸으로 겪은 중견시인 임동확의 외침이다.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의 구현을 위해, 재벌공화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촛불을 횃불로 바꿀 것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8일, 임시국회에서 재벌 대기업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은 ‘김종인 상법’ 처리가 무산됐다. 이는 마치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과 법원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새누리와 바른정당은 재벌개혁을 할 생각이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이 삼성에 너그러웠던 대표적인 사건은, 1996년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건이다. 이 사건은 최초 고발된 뒤 10년 가까이 시간을 끌다 겨우 기소되었으나, 2009년 대법원에서 법적 공방 끝에 5(유죄) 대 6(무죄)으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19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대행 김성진 변호사)는 “법원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유죄판결에 필요한 입증의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경우에도 이러한 판단이 내려졌을까” 하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동시에 국민들이 명백하게 인식하고 국회도 고발한 위증혐의에 대하여 판단 자체를 누락하면서까지 이제까지 드러난 진실을 ‘소명부족’으로 치부하며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또한 구속영장의 기각이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특검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오직 국민을 믿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의 뇌물수수를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지난 18일 발간한 최신호에서 “최순실, 삼성 돈 받은 뒤 권력에 눈 떠”라는 제하의 박대통령 주변 사정에 정통한 원조 친박 현역 정치인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삼성이 독일의 에이전트를 붙여주고, 게다가 돈을 서너 군데 돌리면서 세탁해서 마음 놓고 쓸 수 있게까지 만들어줬으니 최순실의 간이 부을 수밖에 없지요. 최순실은 이때 비로소 자신의 파워를 자각한 것입니다. (···) 결국 최순실을 괴물로 만든 책임이 삼성그룹에도 있다는 뜻이네요. 느닷 없이 삼성이라는 세계최고의 기업이 돈까지 갖다 바치니 이때 최순실은 시녀나 몸종에서 권력으로 눈을 뜨게 됩니다. 그 이후 행보를 보면 최순실은 이때부터 돈맛을 알았습니다.”

오늘의 최순실 사태를 만들고 추동한 세력은 삼성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포함한 기득권세력은 “엮였다”고 주장했다. 자신들과 삼성, 최순실을 엮은 세력으로 일부 언론과 촛불민심, 특검을 지목하고 있다.

경제학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은 19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재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동반성장을 “공동체의 사회구성원인 정부, 기업, 개인의 행동기준이고 지속가능한 공동체 사회의 가치이며 사회작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운찬은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 초과이익 공유제를 제안하고 있다. 초과이익 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한 것보다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것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진출, 고용안정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초과이익 공유제는 2011년 삼성 이건희 회장과의 논쟁으로 비화되는 듯했다. 이건희 회장은 “내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 왔는데,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운찬은 이를 반박했다. “그 기업(삼성)은 초과이익을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제도를 이미 운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삼성의 PI제도를 지적한 것이다. 삼성 내에서의 제도를 외연으로 확대하자고 한 것인데, 이건희는 색깔론까지 거명하며 공격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재벌과 삼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로는 분수 효과를 차단한 ‘삼성 내 제도의 확산’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말의 등장과 함께 일상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세력의 광화문 시위집회에 횃불이 등장했다. 횃불은 암울한 조선말기 의병활동, 3·1독립만세운동에도 등장했다. 횃불은 불의에 저항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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