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1년···민간인 3천200명 사망 ‘승자 없는 전쟁’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시리아 내전’과 함께 중동 최악의 내전으로 꼽히는 ‘예멘 내전’이 오는 26일 1년을 맞이한다. 지난 1년간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3천200명. 내전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자, 예멘 정부군과 반군은 4월10일 휴전한 뒤 같은 달 18일부터 평화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민간인들이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어 국제적 원조을 필요로 한다. 피로 얼룩진 예멘 내전,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것일까.
때는 2014년 9월로 올라간다. 예멘 시아파 반군 하우디(Houthi)는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UN이 승인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감금했다. 대통령은 이웃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로 가까스로 망명했다. 예멘 전국이 혼란에 휩싸인 순간이었다.
반군 하우디는 이 기회를 틈타 세력을 급속히 확장했다. 6개월 안에 서부 전역을 점령한 것이다. 하우디는 정적이었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과 연합해 쿠데타에 성공했다. 살레 전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될 무렵, 군부 세력을 장악하며 하우디 반군과의 전쟁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다. 반면 사기가 꺾인 정부군은 동부 대부분 지역을 무장세력 알카에다에게 빼앗기고 만다.
급변하는 예멘을 주시하며 불안해하는 국가가 있었다. 바로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시아파 반군인 하우디가 예멘을 장악할 경우, 시아파 종주국이자 사우디의 정적인 이란의 역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했다.
2015년 3월, 사우디 국방부장관은 아랍연합군을 소집해 예멘 공습에 나섰다. 사우디의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공습을 단행하면 하우디 반군을 즉시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든 예상은 빗나갔다.
12개월 후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 사상자는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성과는 미미했다. 사우디 연합군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수니파 지하디스트와 손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민간인들이 사우디 공습으로 희생됐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도 유출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부인했으나, 국제사회에선 예멘 공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까지의 예멘 내전은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중동 부국(富國)인 사우디는 전쟁 자금은 충분하지만 국제사회의 비판 때문에 공습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며, 예멘도 수도 사나를 포함한 국토를 빼앗기면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처지다.
예멘 전문가 나왈 알-마하피는 “이번 전쟁으로 예멘은 복구 불가능한 나라가 됐다”며 “예멘 어린 학생들은 책가방대신 총과 탄환을 들고 다닌다. 많은 사람들이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기도 한다”고 <BBC>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