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으로 ‘제2의 반기문’ 양성 꿈 꾼다”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인터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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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최정아 기자·사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만해서 꿈조차 꾸지 못했지만 내 아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만이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엄마의 마음을 지켜주세요.

국민배우 이영애의 목소리로 전하는 유네스코 후원모금광고의 한 장면이다. 아이 교육을 위한 ‘엄마의 마음은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엄마들도 한마음이다’라는 내용의 이 광고는 이영애의 출연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배우 이영애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의 특별대사로 위촉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민동석 사무총장은 삼고초려를 하며 이영애 씨를 모셨다고 한다.

“정말 어렵게 국민 톱배우 이영애 씨를 한위 특별대사로 위촉했어요. 이영애 씨도 아프리카 봉사활동 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어요. 특별대사 위촉 전에 유네스코에 대해 샅샅이 조사해 보신 것 같더라고요. 오랜 대화 끝에 이영애 씨의 인생관과 저희 한위의 비전 사이에 일치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죠. 그래서 ‘엄마의 마음은 똑같다’라는 주제로 유네스코 후원광고를 찍게 됐어요. 하지만 지상파에 이 귀한 광고를 보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광고료가) 너무 비싸거든요. 어려운 분을 모셔 광고를 찍어 놨는데 정작 많이 내보내질 못하니 아쉬워요.”

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매우 놀랍다. 물론 한국이 ‘교육’을 통해 빈곤의 사슬을 끊은 거의 유일한 국가란 배경도 무시할 수 없지만, 다른 이유도 여럿 있다.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약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들을 여러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위는 재정이 어려운 국가위원회에 웹사이트를 무상으로 만들어주고 교육·문화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경험이 없는 빈곤국들을 위해 보호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 덕분에 여러 빈곤국의 롤모델이 되고 있어요. 여건이 좋지 않은 국가위원회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무상으로 도와주고 있죠. 한위가 국제무대에 설 때마다 인정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요. 지난 2월17일엔 아프리카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교육지원사업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회의엔 피터 무타리카 말라위 대통령도 참석했어요.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말라위 교육사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어요. 아프리카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눈을 보면 눈물이 나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도와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 마음을 열어서 후원을 더욱 받아야 될 책임이 있어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초등학교 중퇴율은 42%. 이처럼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나라를 위해 한위는 ‘브릿지 사업’을 통해 한국과 빈곤국 간 ‘다리’(Bridge)가 되고 있다. 문해교육과 직업기술교육을 마련해 빈민들이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현장 전문요원도 각국에 파견된다. 현지 정부와 협업하며 전문성을 높여 시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불과 5년전에 시작된 브릿지 사업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레소토 국가위원회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민동석 사무총장
아프리카 레소토 국가위원회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민동석 사무총장

“몇 년 전부터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현장전문요원 중심으로 체계를 바꿨어요. 상주 전문요원은 국위 파트너와 MOU를 체결하고 정부와 협의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아요. 사실 다른 민간 NGO단체에서 우리를 많이 부러워해요. 아프리카에서 개발사업을 하려면 정부와 협업해야 하는데 우리는 파리에서 장관들을 직접 만나 협업프로젝트를 성사시키니까요. 일례로 아프리카 레소토 공화국에 유아교육을 위한 지역학습센터를 설립해 정부 교육기관으로 편입시켰어요. 신발도 못 신었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거죠. 지난번엔 한 촌장이 제게 오더니 얼마 전에 양계장을 만들었다며 더 이상 한위에 의존하지 않고 앞으로 텃밭과 양돈장을 만들어서 자립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인재양성사업도 한위의 중점사업 중 하나다. 50년 역사를 지닌 KUSA(유네스코 한국학생회)의 뒤를 이어 2013년부터 제2의 반기문 총장을 양성하기 위한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일명 ‘제2의 반기문 양성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유네스코 키즈는 한해 100명을 선발하는데 2천5백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유네스코의 이념과 정신을 실천하는 ‘유네스코 학교’도 있다. 과거 180개교에 불과했던 유네스코 학교는 최근 408개교로 대폭 늘었다.

“세계적인 골프스타 박인비가 탄생한 것도 ‘박세리 키즈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유네스코 키즈’도 이런 목적으로 만들었어요. 연말까지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연초에 25명만 엄선해서 파리로 보내요. 파리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시간도 가지고, 프랑스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도 받고, 인류가 왜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해야하는지 직접 느끼죠. 아이들의 눈을 세계로 돌리고 꿈과 비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저희 역할입니다. 지난해 메르스가 터졌을 때, 전 솔직히 ‘완전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천200명이나 지원했데요. 정말 놀라웠죠. 이런 식으로 매년 프로그램을 꾸려 가면 10년 뒤 수료자 1천명이 나와요. 이들 중에 제2의 반기문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민동석 총장의 주머니 한편엔 자그마한 수첩이 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기록할 것이 있을 때마다 적어두기 위한 수첩이다. 민 총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틈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잊지 않고 적었다. 그가 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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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6시에 ‘칼퇴근’해요. 직원들한테도 6시 넘으면 빨리 가라고해요. 저녁시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든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든지 하라고 하죠. 꽉 막힌 사무실에서 머리 아프게 남아있지 말라고 해요. 저 같은 경우는 대신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죠. 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 있는데 집에 가면 다시 가방을 열고 아이디어를 정리해요.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죠. 꿈에 아이디어가 나올 정도니까요.(웃음) 꿈에 아이디어가 나오면 깨자마자 메모장에 바로 적어놓죠.”

유네스코 사무실 한 편엔 한위 평화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고은의 유네스코 헌정시 ‘유네스코에게’가 적혀있다. 고은 평화친선대사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평화의 시낭송회를 가지기도 했다. 민 총장은 “고은 선생님의 시가 유네스코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고은 평화친선대사의 시는 한위가 한국 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를 읊어주는 듯하다.

하나의 메아리가 자손의 명예인 것/이토록 지상의 오랜 의미를 세우는 자/그 누구런가/그대의 숙연한 이름 유네스코에 우리는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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