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화려한 히잡 보셨나요? ‘무슬림 패션’의 색다른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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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유니클로·타미힐피거 등 글로벌 브랜드도 주목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기사를 읽기에 앞서 왼쪽의 여성을 살펴보자. 분홍빛의 오버사이즈 맨투맨 티. 롤업진 위의 그레이 롱스커트. 깔끔한 올백의 스니커즈. 청색으로 깔맞춤한 스카프와 앙증맞은 백팩. 누가봐도 옷차림에 신경 쓴 모양새다. 그런데 머리 위에 쓴 무언가가 수상하다. 그 물건의 정체는 바로 무슬림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터번이다. 이집트 출신 무슬림으로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디나는 ‘무슬림에도 불구하고’ 패션블로거로 유명하다. ‘무슬림 여성’하면 온 몸을 검정색이나 흰색 천으로 칭칭 휘감은 모습이 떠오르는데, 상상과는 좀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슬림 패션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서구의 양식을 차용한 다양한 디자인의 무슬림 의복과 서구 의복-무슬림 의복이 혼재된 새로운 양식의 패션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전보다 좀더 자유로운 복장을 즐겨입기 시작하며, 무슬림 여성들도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2013년 전세계 무슬림 패션 시장은 2천660억달러(약 311조3천억원)로 성장했고, 2019년에는 약 2배인 4천840억달러(약 566조47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가 17억임을 감안하면 ‘무슬림 패션’이 전세계 패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도 시간문제다.

17억 인구·566조 ‘무슬림 패션시장’

무슬림 패션이 각광받는 시장으로 떠오르자 많은 브랜드들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2015년 9월 글로벌 의류브랜드 ‘H&M’이 공개한 광고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히잡을 둘러쓴 모델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영국 출신 무슬림 여성모델 마리아 이드리시(23). 그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이슬람 여성의 패션은 터부시돼왔다”면서 “이슬람교 율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무슬림 여성들의 패션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명품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무슬림 의상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유니클로’는 무슬림 여성전용 패션코너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히잡을 판매한 지 오래다. ‘유니클로’는 무슬림 여성전용 패션코너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히잡을 선보였으며, 미국 의류브랜드 ‘타미힐피거’ 역시 2015년 여름부터 무슬림 패션을 접목한 상품을 출시 중이다. 글로벌 패션브랜드 ‘망고’와 ‘DKNY’ 역시 무슬림의 금식성월인 라마단에 맞춰 다양한 의상을 선뵀다. 뿐만 아니다. 일본의 ‘롤리타 패션’을 접목한 이색적인 무슬림 패션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엘리사 살라자르(25)는 개인블로그(thehijabilolita.tumblr.com)에 파스텔 색감의 화려한 원피스와 큰 액세서리를 특징으로 하는 무슬림과 롤리타를 결합한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히잡을 두른 모델이 등장해 화제가 된 H&M의 광고
히잡을 두른 모델이 등장해 화제가 된 H&M의 광고

무슬림 패션의 아이콘이라 볼 수 있는 히잡의 기원은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동 사막지역의 모래바람을 막고 이방인에게 여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몸을 가리기 시작한 것에 기원을 둔다. 이후 이슬람 율법이 등장함에 따라 여성의 몸을 가리기 위해 쓰는 전통의상 ‘히잡’이 등장했다.

무슬림 여성의상은 히잡 외에도 얼굴과 몸 전체를 다 가리는 부르카,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 등 종류가 다양하다. 국가와 종교적 성향, 집안의 전통,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물론 무슬림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몸을 가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랍국가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비교적 복장이 자유롭다. 이집트 출신 라드와 아시라프 <매거진N> 기자는 “이집트 무슬림은 굳이 전통의상을 입지 않아도 괜찮다”며 “많은 여성들이 기성복 위에 전통의상을 걸치는 방식으로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인도 러크나우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마리얌 칸은 “평소 맥시 스커트를 즐겨 입는다”며 “종교적 억압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패션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국가로 알려진 이라크와 파키스탄에서도 최근 도시를 중심으로 무슬림 여성들이 옷을 자유롭게 입는 추세다.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 무슬림 리나 아사드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 무슬림 리나 아사드

종교적 억압 NO! 나만의 개성 OK!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선호하기 시작한 무슬림 여성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무슬림 패션을 주도하는 쇼핑몰이 있다. 전세계 17억 무슬림 인구 중 2억5백만명이 살고 있는 전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의 온라인쇼핑몰 ‘히즈업’(HijUp)이 그 주인공이다. 월 50만명이 넘는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는 히즈업은 지난 2011년 창업한 ‘따끈따끈한’ 온라인 쇼핑몰이지만, 급성장 중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슬림 패션 디자이너 디안 펠랑기, 리아 미란다, 제나하라 등 100여명의 히즈업 디자이너들은 전세계 패션트렌드를 무슬림 패션에 접목시키고 있다.

레스타리 히즈업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무슬림 시장 중 하나로, 무슬림 패션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전체 고객 중 20%는 말레이시아, 인도, 미국 등 해외고객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2050년경 무슬림 인구는 기독교 인구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증가하는 무슬림 인구 중에는 젊은 세대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무슬림 패션시장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이유다. 때문에 비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무슬림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스웨덴 출신의 여성 패션디자이너 이만 알데베(30)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시다. 스톡홀름과 파리, 뉴욕, 두바이 등의 백화점에 매장을 낸 그는 무슬림 여성으로, 히잡이나 터번을 응용한 패션으로 전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6년 방송에 소개된 이후 외신들이 잇따라 그를 보도하며 입소문을 탄 것이다. 그녀가 디자인한 옷들은 무슬림 여성뿐만 아니라 비(非) 무슬림 여성들에게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온 몸을 가린채 거리로 나섰던 무슬림 여성들. 하지만 무슬림 여성들은 종교적 속박에 얽매이기보단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슬림 패션도 이에 맞춰 서양 의복의 디자인을 차용하며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 전세계 곳곳의 런웨이를 장식하는 무슬림 패션을 우린 목격할지 모른다.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 히즈업의 화보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 히즈업의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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