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 이사장 “서비스발전법 입법 땐 청년일자리 10만개 창출”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지난 12월14일, 곧 이어질 강추위를 알리기라도 하듯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이날 대학로 상명아트홀에 위치한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을 찾아 김영배(47) 이사장을 만났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사무실과 큰 액자에 용의 형상을 가미해 그려낸 한자 ‘용’(龍)이 마치 그의 열정을 대변해주는 듯 기개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청년 시절부터 남다른 창의력과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김영배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 이사장은 국내 서비스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2001년 대한민국전문가자원봉사연합회를 시작으로 현재는 한국가발협회 및 국제두피모발협회 이사장까지 맡고 있다. 그를 만나 국내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및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국내 서비스 산업은 전체 고용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데 비해 산업환경이 열악해 연구 및 개발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재 한국은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등 어느 때보다 내수활성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서비스산업의 질적 향상이 절실한 이유다. 이에 따라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에서는 다양한 사업과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3년 전에는 서비스 직무 분석을 실시했다. 내부 실태를 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구조개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취지로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현재는 공공정책 개발, 브랜드 컨설팅, 신규일자리 창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준비중인 ‘웨딩스트리트사업’은 중국 예비 신랑신부를 겨냥한 것으로, 한국의 우수한 웨딩서비스를 활용해 웨딩관광에 요우커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목표다. 웨딩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만 한 달에 1천명이 넘어 전망이 밝다. 이 밖에도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은 8만여명의 진흥원 회원, 3천여명의 교수진과 함께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한국서비스산업진흥원 창립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한민국전문가 자원봉사연합회에서 운영위원장를 맡고 있었는데 함께 일하시던 분들께서 봉사만 할게 아니라 서비스 발전을 위한 통로를 만들어보자고 하시더라. 서비스산업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분야에 맞춘 컨설팅을 해보자는 취지로 지난 2008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최근 국회에서 ‘서비스발전법’ 계류 중이다. 국내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서비스발전법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의료민영화를 우려해서다. 대다수 서민들이 아닌 일부 상위소득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지만, 단편적인 것만 봐서는 안 된다. 의료법인이 허용되면 의료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법안에는 기획재정부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고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과거 정부가 각종 규제에 얽매여 정형화된 방식으로 사업을 주도하다 보니 실패가 많았다. 이제 민간 주도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자체기구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기회가 충분했기 때문에 명실공히 아시아 최대영화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1990년대에는 뷰티아카데미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히 소개해달라.
“지난 1997년 11월 ‘아름다운 사람들 뷰티아카데미’를 창업했다. 회사를 나온 뒤 사업을 구상하다가 ‘뷰티’시장에 뛰어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여성’ 혹은 ‘아이’와 관련한 사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여성관련 아이템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른 발상이었다. 운이 좋게도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창업 한달 후, IMF사태가 터졌는데 많은 이들이 미용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으로 몰려들었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취업이 어렵다 보니 자격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한달 수강생만 8백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이었고, 전국에 학원 24곳을 운영하게 됐다.”
그야말로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밖에 또 어떤 성과를 거뒀나.
“수익이 엄청나게 급증했다. 5천만원으로 시작했던 사업이 250억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IMF가 운이 되어준 덕분도 있고, 취업연계프로그램을 운영도 꽤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학원 수강생들이 현장에 직접 투입될 수 있도록 외부에서 미용업계 관계자를 초빙해 직접 강의를 했다. 현장선행교육 덕분에 우리 학원 수강생은 일반 직원에 비해 월급도 20만원 가량 더 받았다. 당시 미용실 직원 월급이 40만원부터 시작했으니, 학원 출신 수강생은 월급이 70만원이었던 셈이다. 또한, 미용 관련 언론사 ‘뷰티투데이’를 창간하고 국내에 미용관련 통계자료가 없어 ‘미용연감’을 발행하는 등 뷰티산업 발전의 토대를 만들었다.”
지난 2001년 ‘대한민국전문가 자원봉사연합회’를 만들었다. 서비스산업에 매진해온 그간의 행보와는 색다른 모습인데.
“뷰티아카데미 사업 당시 수강생들과 함께 무료미용봉사 등 봉사활동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서비스분야의 사람들과도 알게 되더라. 요리나 집수리부터 시작해 음식, 의료까지 서비스 전문봉사팀과 교류했던 당시 경험이 ‘대한민국전문가 자원봉사연합회’의 시초가 됐다.”
지난 2005년, 2008년에는 각각 한국가발협회와 국제두피모발협회를 발족했는데, 무슨 계기가 있었나.
“뷰티산업에 뛰어들어 꾸준히 서비스분야에 매진하다 보니,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커트나 파마 같은 노동의존형 미용 아이템보다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후 탈모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두피모발관리사’ 등 민간자격증을 만들어 진행했다. 두피모발관리사는 탈모로 외모를 고민하는 고객에게 가발 상담부터 스타일링까지 도맡는 전문직종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현재의 협회가 만들어졌다.”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뷰티산업에 일가견이 있으신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쓰고 계시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꾸준히 일궈올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특히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전국발명경진대회에 참여해 ‘자연풍선풍기’로 수상한 특상을 계기로, 대학에서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를 만들었다. 각종 발명대회에 참여하며 알게 됐던 기업인 인맥을 활용해 동아리 특강에도 초청했고, 나중에는 자연보호협회에서 폐식용유로 만드는 비누 등 재활용상품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교수님들은 날더러 ‘유별나다’고 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늘 밖에서 기업이니 발명이니 돌아다녔기 때문 일거다. 졸업 전 삼성 부사장 소개로 입사했다가, 완구회사 오로라월드 해외영업부로 이직했다. 그러나 정형화된 회사생활이 내게는 맞지 않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힘든 시기는 없었나.
“지난 2002년 뷰티 관련 신규 사업을 하다 큰 돈을 한꺼번에 잃었다. 어린 나이에 큰 돈을 손에 쥔데다, 경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굉장히 힘들었다. 이 일로 본의 아니게 회사를 나와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뷰티TV’를 창설해 홈쇼핑과 방문판매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방송 서비스인 이른바 ‘홀쇼핑’(Hallshopping)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미용실에 여행,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와 함께 중간중간 판매방송을 삽입했다. 기존 홈쇼핑과 달랐던 점은 ‘주문전화번호’ 대신 ‘지금 계신 미용실 원장님과 상담하세요’라는 문구였다. 홈쇼핑이 고객에게 구매의사를 충분히 할 시간을 주지 않아 반품률이 높다는 것에 착안, 방문판매의 고객맞춤형 판매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방송이다. 지금은 협회에 집중하고 있다.”
김영배 이사장에게 서비스란 어떤 의미인가?
“삶의 행복지수라고 본다. 서비스를 떼놓고 생활을 말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밀접한 산업이 바로 서비스산업이다. 대중교통부터 시작해 식당 등 서비스는 늘 우리가 이용하는 일상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난 늘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꾼다. 현대사회는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과 서비스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튼튼한 서비스산업 환경이 뒷받침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비스발전법이 통과되면 청년일자리 10만개 창출 등 경제발전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