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ECOSOC 의장 심층인터뷰 ①] “불평등·기후변화 등 지구촌 현안, 세대·지역·종교 초월해 함께 풀어야”

Noon Guests: Ambassador Martin Sajdik, outgoing President of the Economic and Social Council (ECOSOC), along with the newly-elected President Amb. Oh Joon, PR of Republic of Korea.

2014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전세계를 감동시킨 연설이 나왔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 이 연설의 주인공 오준 주 유엔대사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 젊은 세대들로부터 가장 존경 받는 외교관이 됐다. 최근 그는 한국인 최초로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의장직을 맡으며,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아시아엔>의 ‘젊은 피’ 라드와 아시라프 기자와 손하윤 인턴기자가 뉴욕 유엔본부의 오준 의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시아엔>은 ECOSOC 의장으로서의 계획과 30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으로서 독자들께 들려주는 얘기를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아시아엔=라드와 아시라프, 손하윤 기자]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의장직 수임을 축하 드립니다. 한국인 최초로 유엔 3대 주요기관 의장직을 맡게 되셨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ECOSOC 의장직을 수임하게 돼 영광입니다. 특히 이번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향후 15년간 국제사회에 적용될 새로운 국제개발의제가 채택되고, 그 이행체제를 수립해 나가는 시기에 한국인 최초로 ECOSOC 의장으로 활동하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저를 신뢰해준 유엔회원국들과 ECOSOC 이사국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ECOSOC 의장에 선출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ECOSOC 회원국이 54개에 달해,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ECOSOC엔 한 가지 전통이 있습니다. 4명의 부의장들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의장직에 오르는 것입니다. 의장이 됐다는 것은 이사회에서 이미 충분한 경험과 자격을 쌓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의장직에 오르기 전인) 부의장이 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Asia Pcific) 그룹 회원국들에게 비전을 제시한 것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주유엔대한민국 대사로서 쌓아온 경험을 ECOSOC 의장직을 수행하는데 어떻게 활용하실 예정이십니까?
“유엔대사로 근무한 지난 2년뿐만 아니라, 외교관으로 근무해 온 30년의 경험, 특히 유엔대표부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을 모두 활용해서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활동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유엔이 설립된 지 70년이 지나면서 전세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유엔 헌장에 반영된 유엔의 목적, 즉 ‘세계 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3대 핵심 과제는 여전히 우리 인류가 함께 추구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오랜 기간 동안 유엔에서 활동하며 다른 국가의 대표들과 협력해 온 경험은 경제사회이사회 의장 역할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COSOC의 가장 중점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난 7월24일 의장 취임성명에서 밝혔듯이, ECOSOC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더욱 면밀히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그 중 ‘불평등’이 인류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초 개최될 ECOSOC 특별회의에서도 불평등을 새 의제로 제안했습니다. 불평등은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며,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불평등 문제는 ECOSOC가 다뤄야 할 주요 이슈 가운데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도전들이 산적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거 유엔 활동들이 현실적이기 보다는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비난을 받아 온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ECOSOC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적실성 있는 기관이 돼야 합니다. ‘적실성’이란 영어로 ‘relevance’를 뜻하는데, ECOSOC 활동이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안됩니다. 지금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다뤄야 합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불평등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입니다만, 불평등 문제에 접근하는데 선진국과 개도국간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불평등’ 문제가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발협력을 통한 노력과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즉 제도와 정책 등을 포괄하는 사회 전반적인 체제까지 수정, 보완해야 합니다. 불평등이 전지구적인 문제로 떠올랐고, 현 인류의 사회체제에 관한 문제란 점을 감안할 때, 선진국과 개도국간 공동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죠. 우선 선진국과 개도국간 거버넌스, 제도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전세계 불평등의 간극을 줄여야겠지요.”

의장 취임 연설 당시 ‘4 가지 우선순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첫번째 과제는 앞에 말한 ECOSOC 활동의 적실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둘째, 새로이 채택될 개발목표의 효과적인 이행과 평가를 위해서 ECOSOC의 조정 역할을 늘리고, 고위급정치포럼(HLPF)과의 연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셋째, 28개 산하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ECOSOC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ECOSOC가 시민사회, 민간기업 등과 같은 모든 분야별 파트너들과 소통을 강화해서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앞장서는 것입니다.”

주유엔대사를 역임하면서, 주요하게 다루신 의제 중 하나가 북한의 개발과 인권이었습니다. ECOSOC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오늘날 유엔은 북한 문제를 크게 세 갈래로 나눠서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인한 세계평화 위협, 둘째, 주민 인권탄압, 셋째, 최빈국 북한에 대한 개발과 인도적 지원 등이 북한 문제의 주요 의제들이죠. 이 모든 문제들이 한민족인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는 더욱 안타깝고 우려가 되는 부분들이지요. 북한의 안보위협 문제는 유엔 안보리, 인권 문제는 유엔 총회, 인권이사회, 안보리 모두가, 그리고 개발과 인도적 지원 문제는 ECOSOC와 총회가 다루고 있습니다. ECOSOC는 새로운 개발목표의 이행을 책임질 뿐 아니라, 여성, 환경, 인구개발, 마약 등 경제.사회 분야의 여러 문제도 다루기 때문에 총회, 인권이사회, 안보리 등 다른 유엔기관과 협력해 북한의 개발과 인권 증진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ECOSOC 의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특별히 참고할만한 특정 국가나 경제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든 국가엔 그 나름의 경제개발전략과 시스템이 있습니다. 국가적 역량, 발전 정도, 최우선과제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나 경제시스템을 모범사례로 꼽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단, 경제개발을 위해 고려해야 할 필수요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경제인구들의 활발한 참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책임감 있는 사회발전 제도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경제개발 전략엔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들이 모두 포괄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개발’(development)은 단순히 경제성장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지요. 일각에선 오늘날 국제사회의 발전을 위해선 사회·환경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오는 9월 유엔에서 전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새로운개발의제(post-2015)를 논의할 예정인데, 위와 같은 ‘시대적인 요구’도 충분히 반영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선 기후변화, 불평등, 정의, 양성평등 등의 이슈들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개발의제를 논할 땐 단순한 경제논리 만이 아닌, 사회와 환경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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