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우리 앞날은 불안해요”
엘리엇 주총금지 가처분 소송에 ‘맞불’
[아시아엔=편집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삼성물산 측이 처음으로 정면반박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10일 자사의 주가가 낮은 시점을 고의로 선택해 합병 비율을 불리하게 결정했다는 엘리엇 측의 공격에 대해 “대형 건설업계의 공통된 미래 불확실성이 합병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며 관련 데이터를 제시했다.
삼성물산 측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PBR이 1에 미달한 것은 지난 수년간의 건설 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따른 주가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눠 주가와 주당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 합계)을 비교하는 지표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은 삼성물산이 0.67배이고 GS건설 0.61배, 현대건설 0.81배, 대림산업 0.50배 수준이다.
대형건설사 대다수가 모두 PBR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업황 부진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같은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제고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구체적인 주가·자산 지표를 내세워 엘리엇 측의 주장을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지난 4일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시장이 평가한대로 적용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엘리엇은 9일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