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자 낙산사 무문스님에게 길을 묻다

무문스님(왼쪽)과 필자
무문스님(왼쪽)과 필자 <사진=라훌 아이자즈 기자>

아시아기자협회(AJA)와 함께한 이번 한국여행은 기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4월 봄날, 이상기 아자 창립회장과 파키스탄에서 온 라훌 아이자즈 기자와 3일 동안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필자는 이번 여정 동안 한국에서 존경받고 있는 낙산사의 무문스님을 만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늘씬하고 잘생긴 키에 승복을 입은 무문스님의 모습에서 성스러운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스님께서 보여주신 ‘다도’는 한국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필리핀에서 온 필자에게 낙산사에서 보내준 따뜻한 환영인사 같았다. 스님께서 만든 차는 매우 놀라웠다. 허브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차를 한모금 마시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부처님으로부터 축복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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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법명 ‘무문(無門)’은 ‘문 없는 문’(Gateless Gate)을 뜻한다고 한다. 삶의 여정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사람은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쌓아간다. 무문은 “길고 지루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추구하기 위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삶의 여정이 항상 순탄할 수만은 없다. 어긋난 길에서 올바른 길로 되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무문은 중생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하는 누구한테나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구도자다. 무문은 한때 ‘무(武)’를 신봉했고, 무가 선사하는 육체적인 강인함과 정신적인 평온함을 추구했다고 한다. 스님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남달랐지만, 그가 불교에 헌신하고 있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무문 스님은 “전세계 3억 불교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후생을 위해 명상, 기부 등을 하며 일생을 보낸다”고 말했다. 많은 불교신자들도 천주교처럼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선행을 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고 있다.

다도 후 무문스님은 우리에 108개 구슬을 꿴 묵주를 보여주며 108배 참회문을 알려줬다. 그 중 하나가 ‘관세음보살’이었다. 세상의 소리를 마음으로 보고, 내 자신과 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는 흥미롭게도 천주교의 기도방식과 매우 유사했다.

작별의 순간, 스님은 우리를 포옹 해준 뒤 묵주를 선물로 줬다. 그는 “이 팔찌가 앞으로의 여정에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 여행은 필자 삶의 여정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으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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