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호빙효과’ 중요성 일깨워준 이완구 총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거짓은 무너질 때에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다.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낳을 뿐 아니라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스스로 무덤을 판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진실은 거짓을 거짓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고 많은 이들의 갈 길을 열어준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금방 들통이 날 일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을 행하는지? 청문회에 나서는 장관 후보들이나 고위 관료들은 거의 예외 없이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고 양심을 속인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속였다고 해도 그들이 진정 국가나 국민을 위해서 진실 되고 사심(邪心 私心) 없이 나랏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요즈음 고 성완종 회장의 폭로에 등장한 ‘리스트 8인방’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들의 거짓말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자고 깨면 거짓을 토해내는 그들의 말로는 어찌될까? 아직 시작인지는 모르지만 우선 대한민국의 총리가 그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면 정말로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하겠다.

<잡을 테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라는 뮤지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002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거짓말과 학력위조와 문서위조 부분에서는 지금도 세계 1위로 꼽히는 실제 주인공 ‘프랭크 에비그네일’의 사기(詐欺) 인생을 그린 뮤지컬이다.

거짓말과 사기로 점철된 그의 생애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고등학교 중퇴 후 천재적인 두뇌회전과 배짱으로 1965년부터 5년간 팬아메리칸 항공의 부조종사, 소아과 의사, 변호사 등으로 행세하며 미국 각지와 유럽 전역에 위조수표를 뿌려 140만 달러 이상을 현금화시켰다. 조종사 복장과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공항이나 은행, 호텔 등에서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용이했다. 그리고 팬아메리칸 항공은 물론 타사 비행기를 200회 이상 무료로 타고 다녔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변호사로 위장하고 다닐 때는 우연히 남부 어느 주의 주법무장관의 스탭 변호사 제의를 받고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였다. 그는 세번 만에 실제로 합격하여 스탭 변호사로서 9개월간 일도 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하버드대 성적증명서를 위조하였으며, 사회학 교수가 되기 위해 컬럼비아대의 성적증명서와 교수 추천서도 위조하였다. 변호사는 우연한 기회에 도전한 것이며 교수는 재미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위조 수표범으로서 미국 모든 주의 정보국과 FBI,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와 이집트, 레바논 등 13개국 정보국의 추격을 받던 그는 마침내 체포되어 복역하게 된다. 이들 모든 국가에서 복역을 하게 되면 평생을 복역해도 모자랄 것이지만, 스웨덴 재판부의 미국 추방 결정으로 그는 미국에서 12년형을 선고받는다.

출소 후 개과천선하여 자신의 경험을 살린 위조수표 예방, 문서위조 방지를 위한 ‘안전문서전문회사’를 차린 후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FBI의 금융범죄 전담반과 함께 일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엔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1960년대에 비해 수표와 문서 등을 위조하는 것이 200배 쉬어졌다”고 한다.

한국은 지금 부정부패,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보이tm피싱 등의 거짓말과 사기가 판치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바보 같은 삶으로 생각되는 한국사회다. 그러면 정말로 거짓 인생이 정직하게 사는 삶 보다 이익이 될까?

우리는 ‘거짓’과 ‘정직’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호빙 효과’ 라는 것이 있다. 토머스 호빙은 미국 프린스턴대학 낙제생이었다. 그는 퇴학을 면하려고 조각(彫刻) 수업을 듣기로 했다. 미술엔 자신 없지만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다.

첫 시간에 교수는 낯선 물건을 들고 와서 어떤 예술적 가치가 있느냐고 물었다. 미술과 학생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그럴듯한 대답을 했다. 자유를 상징하는 새나 조화를 의미한다고 대답한 학생도 있었다. 호빙의 차례가 왔을 때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너무 매끈해서 예술품이라기보다 꼭 기계 같습니다. 어떤 용도가 있어 보입니다.” “예술적 가치보다는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둔 물건 같습니다.” 그의 대답에 교수는 칭찬을 했다. “자네는 사물을 꿰뚫어 보는군. 꾸밈없이 말하는 자세도 좋고…” 실제로 교수가 보여 준 물건은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다른 미술과 학생들은 기계를 예술품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솔직한 대답으로 인정받은 호빙은 이 일을 계기로 전공을 미술로 바꿨다. 그리고 마침내 예술품 감정사로 성공을 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렇게 호빙처럼 늦게나마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경우를 ‘호빙 효과’라고 한다.

거짓은 무너질 때에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다고 했다. 인조견(人造絹)은 결국 비단행세를 못한다. 그러니 겉만 번지르르 하게 꾸밀 것이 아니라 오직 진실을 길러야 가히 뒤에 볼 것이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타난 인물 학벌 등은 겉 인격이요 안으로 양심을 갖춘 것은 속 인격이다. 이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겉 인격은 지엽(枝葉)이요, 속 인격은 뿌리다. 뿌리를 잘 가꾸어야 지엽도 무성하고 결실도 충실해진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