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등록금 인하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정부가 대학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각대학에서도 동결 또는 소폭이나마 낮추는 것이 대세로 굳어지는 듯하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연세대는 지난주 2015학년도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전년보다 0.2% 내리기로 했다. 사립대 가운데는 연세대가 처음이다.
이화여대가 등록금 2.4% 인상안을 철회한 것을 비롯대 상당수 사립대가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대 가운데는 서울대가 등록금을 내리기로 했다. 또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회장 지병문 전남대 총장)는 지난 22일 회의를 열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2015년 등록금을 인하 내지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올해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정부방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비싼 대학등록금과 과도한 사교육비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허리를 휘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해 대학등록금이 1천만원 안팎에 이르고 그밖에 대학생활을 하기 위한 비용까지 더하면 대학교육비는 한해 1천수백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또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써야 하는 사교육비까지 합치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이처럼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으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가난한 노후생활이다. 한창 일하고 벌어들인 소득을 저축하기보다는 자녀들 교육에 투입해야 하니 노후자금을 모아둘 여력이 별로 없다. 그나마 정년까지 편하게 일할 수만 있다면 괜찮은데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부모들의 이런 모습을 보는 자녀들 역시 마음 편할 리 없다. 자신들을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의 고된 생활과 가난한 노후는 자신들의 미래상이다. 그러니 자녀들도 앞날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 버린다. 때문에 결혼하고 자식 낳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초래되는 것이 출산율 감소이다.
요컨대 지금처럼 낮은 출산율도 젊은 세대의 이런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불안의 핵심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과도한 대학등록금이다. 그러므로 대학등록금 인하는 부모세대의 노후생활을 좀더 여유 있게 하고 젊은이의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일거양득의 대책이다.
대학등록금 자체를 인하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사실 대학생 등록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좋은 정책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되는 것이므로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등록의 절대수준 자체를 낮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여건과 능력도 갖추지 않은 채 과도한 등록금과 정부 지원만으로 버티는 일부 사립대학도 아직 많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이런 대학을 불필요하게 연명시켜 주는 부작용도 작지 않을 듯하다. 교육부가 최근 부실대학을 선정해 지원을 중단하는 등 나름대로 애쓰고는 있지만, 그런 부작용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도 대학등록금 인하는 시급하고도 절실한 대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대학등록금을 찔끔 인하해서는 그 효과가 반감된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좀더 과감한 인하가 요구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등록금만 비싸게 받고 학생들의 교육에는 소홀한 대학들을 퇴출시켜 한다.
반면 일부 사립대학들은 수천억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둔채 방치하고 있다. 마치 재벌이 수십억원 혹은 수백억원대의 유보금을 모아둔 채 임금이나 배당도 인색하고, 투자도 하지 않는 것처럼. 사립대학이나 재벌의 적립금이나 유보금을 생산적으로 쓰기만 해도 대학생과 학부의 처지는 크게 개선되고, 우리나라 경제도 훨씬 더 활성화된다.
그런 적립금과 유보금을 언제 쓸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바로 지금부터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