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추억을 남긴다
[아시아엔=편집국]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특수학교 통학버스나 농사트럭 등 ‘떠나보내야 할 자동차’가 예술작품으로 ‘재창조’됐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1관에서 이러한 작품들로 구성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전을 28일부터 2월17일까지 연다.
현대차가 지난해 10∼11월 폐차할 예정이거나 중고차 판매로 보유차량과 ‘작별’해야 하는 운전자들로부터 사연을 접수했고, 여기에 참가한 1만8천여명 중 14명의 이야기가 이번 전시작품에 담겼다.
작가 김병호, 김종구, 김진우, 박선기, 박진우, 신유라, 양민하, 양수인, 우주+림희영, 이용백, 한진수, 칸, 이광호, 에브리웨어 등 14명이 제작한 설치, 회화, 가방, 소파, 미디어 등 24점의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 김종구는 경북 상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포터가 생계 수단이 아닌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김중희(31)씨의 사연을 접하고 포터 몸체를 그라인더로 갈아 ‘자동차와 시, 서, 화’라는 작품과 소박한 현판을 만들었다.
김종구는 27일 “오래된 자동차는 결국 주인을 닮아가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이번 작품으로 인간과 산업의 관계를 예술가가 맺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특수학교에 재직하는 한 교사는 아이들과 통학버스에서 날마다 추억을 쌓았는데, 더 큰 통학버스로 교체한다는 소식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섭섭하다는 사연을 보냈다.
작가 박선기는 이 38인승 통학버스가 교사와 학생의 중요한 소통창구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 좌석 안전벨트를 연결해 하나의 스크린을 만들어 그 위에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박선기는 “예술가의 협업으로 차량을 작품으로 환원시켜 추억을 남기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민을 준비하는 노수린(45)씨의 차량 운전석은 여행가방으로 거듭났고, 30년 택시운전에서 은퇴하는 김영귀(66)씨의 택시 뒷좌석은 소파 모양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고객들의 감동과 추억을 함께 나누고 관람하는 고객 모두에게 빛나는(brilliant) 순간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차 이대형 아트 디렉터는 이번 전시에서 “미학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현대차 브랜드전략실장은 이러한 전시를 해외에서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문화적 여건이 조성되고 현대차가 뿌리내린 곳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