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한수원, 정직하고 책임있는 경영진으로 교체해야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한수원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원전 자료 유출 사건에 대해 “국민께 많은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가 사과한 것은 때늦은 일이지만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민을 몹시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인터넷에 원전 도면 등 한수원 내부자료를 공개하며 원전 가동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그렇지만 범인의 정체도 모르고 어떤 자료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체도 모르는 유령 앞에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다

위조부품을 사용해 가동정지 사태가 일어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사이버 해킹 위협에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원전 해킹 문제로 온 국민이 불안해 하는 와중에 안전사고까지 일어났다. 지난 26일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가스 중독으로 목숨 잃은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당일 오전에 노동자가 사고를 당해 쓰러졌는데도 한참 동안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한수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호기와 건설중인 신월성 2호기의 원자로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 등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과 납품업체 사이에 금품이 오갔고, 받은 금품을 말단 직원부터 최고위층까지 나눠갖곤 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때문에 3기의 원전이 7개월간 가동 중단되면서 작년 여름엔 심각한 전력수급난이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 10월에는 한빛 원전 3호기가 세관 균열로 멈추는 등 가동중단 사태가 여러 차례 일어났다.

그런데도 조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이버 공격 시도가 감지되고 있지만 방어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 운영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전은 수동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날 가능성은 100% 없다고 장담했다. 지금 우리 국민 가운데 그 누가 그의 장담을 믿어줄까?

그가 변명하든 장담하든 국민들의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이버 공격이 가해지고 무슨 불상사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이에 국회가 나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30일 오전 회의를 열어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자료 해킹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원전의 안전에 직접 관련되는 문제라기 보다는 과거에 유출된 자료를 악용해 협박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이렇게 원전 사이버 위협 현황과 대책을 집중추궁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소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전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조마조마하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는 우리나라 발전용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우리 국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인한 고통과 후유증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한수원의 책임이 무겁다.

그럼에도 최근 잇단 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차제에 한수원 경영진을 정직하고 책임있는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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