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국민의 ‘경제온도’는 왜 ‘한겨울’일까
[아시아엔=차기태 기자]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8천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9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인당 GNI는 지난해 2만6205달러보다 1800달러(6.8%) 정도 늘어나 2만8천달러를 웃돌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원화 기준으로 1인당 GNI는 2950만원 가량이다. 여기에 1월2일∼12월24일 평균 원·달러 환율 1052원을 적용해 계산한 것이다.
1인당 GNI는 2010년에 2만2170달러를 기록해 2만달러대로 올라선 뒤 올해까지 5년째 2만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3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8천를 상당히 웃돌 것이라는 추산도 제시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에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2만8738달러로 추정했다. 세계 주요 35개국 중 25위이다. 내년에는 1인당 GDP가 3만807달러로 오르고 국가별 순위도 24위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듯 한국의 경제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모양새다. 그리하여 2015년에는 대망의 3만달러도 돌파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외형이나 수치로는 이른바 ‘선진경제’로 성큼성큼 다가서는데, 국민이 느끼는 ‘경제온도’는 한겨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있겠지만, 몇가지 우선 떠오르는 것이 있다.
첫째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내수부진이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2.4%로 지난해의 상승률 0.33%보다 2.1%포인트 높아졌다. 2012년 이후로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시행한 몇가지 대책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약효가 떨어져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로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3법의 효과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둘째 일부 대기업이 축적한 과도한 유보금을 꼽을 수 있다. 최근 CEO스코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3개 상장사의 3분기말 연결기준 사내유보금은 537조8천억원으로 6개월 전 508조7천억원에 비해 5.7% 증가했다. 유보율은 1679.1%에서 1733.6%로 54.5%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 유보율의 상승은 임금이나 배당, 혹은 하도급 대금 등을 충분히 지급하지 않고 이익을 올린 데 이어 그것을 무조건 쌓아두기만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물가 오름폭을 감안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도리어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임금은 1년전보다 불과 0.08% 오르는데 그쳤다. 올랐다고 하기도 어려운 수치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6분기 연속 하락한 것이다. 그리고 2011년 4분기(-2.4%)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다고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쌓이고 쌓여 초래된 것이 내수 부진이다. 어느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진정한 성장탄력이 살아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1인당 3만달러라고 하는 큰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허상’으로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