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자카르타에 ‘기독교도’ 주지사
세계 최대 이슬람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계 기독교도 주지사를 맞게 됐다.
4일 연합뉴스가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라세티오 에디 마르수디 자카르타 시의회 의장은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48) 자카르타 부지사의 주지사 승계식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지난 7월 대선에서 당선돼 대통령에 취임한 데 따른 것으로, 바수키 부지사는 조코위 전 주지사의 잔여 임기인 3년 이상 동안 주지사직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자카르타 시의회는 조코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투쟁당(그린드라당) 총재가 이끄는 야당 정치연합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법률적 문제를 들어 바수키 부지사의 주지사직 승계에 반대해왔다.
바수키 부지사는 그린드라당 소속이었으나, 그린드라당이 주도해 주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직접 선거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항의해 당을 떠났다.
조코위 대통령 소속 정당인 투쟁민주당(PDIP)과 그린드라당은 지난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연합해 승리했으나, 대선 때 조코위 후보와 프라보워 후보가 출마하면서 정치 연합이 깨졌다.
바수키 부지사는 중국계 기독교도로, 그가 주지사직을 승계하면 사상 처음으로 자카르타의 행정 책임을 비이슬람교도가 맡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는 인구의 2% 정도에 불과하고 선출직 등 정치보다는 경제 분야에서 활발한 편이다.
특히 중국계가 경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국민 불만이 많아 독립 이후 줄곧 정치와 군 요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그러나 ‘아혹’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바수키 부지사는 주 정부의 관료주의를 개혁하는 악역을 수행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