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랩펀드 ‘뒷북’ 주의보
증권사 잇단 출시…”뒤늦게 인기몰이에 편승” 지적
[아시아엔=이진성 기자] 국내주식펀드 시장이 배당주식과 초단기채권으로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배당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커지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2일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올해들어 국내주식펀드 배당주식은 1조2127억원, 초단기채권은 7526억원 유입됐다. 배당주식은 지난 2012년 3731억원이 유출된 이후 꾸준히 자금이 몰려 지난해에도 8456억원을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배당주와 단기투자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국내주식 시장이 불확실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의 한 연구원은 “지난 2012년만 하더라도 배당주나 단기채권보다는 인덱스펀드, 일반채권 등이 인기를 끌었다”며 “그러나 박스권이 지속되고 경기성장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도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조속에 펀드판매사들은 배당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은 배당랩펀드를 출시해 판매에 나섰다. 배당소득에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구체화되면서 배당주펀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등 호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즉, 배당주 펀드보다는 절세 효과가 더해진 배당주 투자 ‘랩’이 유리하다는 것.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에 출시된 배당 ‘랩’상품이 인기몰이에 편승하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배당랩펀드를 구성하는 우선주가 고평가돼 있다”며 “배당이 액면가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이미 배당수익률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랩펀드의 필요성에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배당수익률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배당주 펀드 랩(Wrap)상품에 대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어부는 물고기를 잡을 때 미리 그물을 쳐놓는다. 몰려있을 때 그물을 펼치면 물고기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지금 시기에서 배당주 펀드상품을 출시해 판매하는 것은 인덱스펀드보다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배당주 펀드 ‘랩’의 수수료는 평균 1% 수준인 인덱스 펀드를 비롯한 일반적인 펀드의 수수료보다 비싸다.
자산운용사 이코노미스트는 “지수가 방향성을 가지고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배당 평균 수익률도 상회했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수의 우상향을 예견하는 때에 어울리지 않는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