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로빈 윌리엄스는 왜 자살을 택했을까?

노인들의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굿윌헌팅’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배우 로빈 윌리엄스(63)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다. 국내에서도 노인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은 마음이 편하지 않고 기(氣)가 몰려 있는 병증이다. 공연히 불안해하고 슬퍼하거나 고민에 빠지며, 모든 일에 의욕을 잃게 되는 증세다. 반면 조울증(躁鬱症)은 정신질환의 하나로 감정 변화의 기복(起伏)이 심하여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와 우울하고 억눌린 상태가 번갈아가며 또는 한쪽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다.

지난 8월1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9~2013년 통계자료’를 보면, 우울증 환자는 2009년 49만5619명, 2010년 51만7142명, 2011년 53만4854명, 2012년 59만1276명, 2013년 59만1148명 등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5%에 달했다. 또 우울증보다 자살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진 조울증 환자도 2009년 5만1064명, 2010년 5만3056명, 2011년 5만6389명, 2012년 6만6270명, 2013년 7만1627명 등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1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2013년 기준 우울증은 남성 환자가 18만4183명인데 반해 여성 환자는 40만6965명으로 2배 이상 많다. 조울증도 남성 환자는 2만9504명이지만, 여성 환자는 4만2123명으로 1.5배 가량 많다. 그 이유는 여성이 생식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 등의 생리적 원인과 더불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참여가 적고 남성우위의 사회에서 생활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 등 사회구조의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60세 이상 노인의 우울증과 조울증이다. 증가속도가 보통 가파른 것이 아니다. 조울증의 전체 연평균 증가율이 10%인데 비해 60세 이상 노인의 증가율은 16%(남성 16%, 여성 17%)에 달했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의 연평균 증가율은 48%로 나타났다.

우울증 역시 전체 연평균 증가율이 5%인데 비해 60세 이상 노인의 연평균 증가율은 9%로 다른 연령보다 확연하게 높다. 특히 우울증은 2013년 기준 60세 이상 남성 환자가 7만1406명인데 비해 여성 환자는 17만1308명으로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60세 이상 여성의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게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인의 우울증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살로 이어지는 비율이 젊은 사람보다 훨씬 높다. 사람이 왜 우울증에 걸리는지 현대의학은 아직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 뇌 신경전달 물질체계의 이상, 생활 속 스트레스, 아동기에 겪은 극심한 갈등 등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추정할 뿐이다.

우울증은 증상도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대체로 ‘우울하다’, ‘만사가 귀찮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건망증이 심해진다’, ‘사람을 만나기 싫다’ 등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치료는 말로 하는 상담을 통해 주로 이뤄지나 뇌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도 종종 처방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우울증 치료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의 병행이 기본”이라며 “기력 보충을 위해서라며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거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하는 것 등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노인의 우울증은 젊은이와 비교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노인이 평소와 달리 “내 과거는 잘못됐다”, “주변에 죄를 지었다” 등의 말을 자주 한다면 우울증 증세로 봐야 한다. 알코올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것도 우울증 초기 증상이다. 서울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라연 과장은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대보다 5배 이상 높아 노년기 우울증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평소 가족들이 노인의 사소한 감정 변화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초기에 우울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마다 극과 극을 달리기 쉽다. 느낌이 좋으면 잡아당기고, 느낌이 싫으면 밀쳐내는 것이다. 이때 잡아당기는 것을 ‘탐심(貪心)’이라고 하고, 밀쳐내는 것을 ‘진심(嗔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장시간 지속된다면 어떠할까? 기분이 한 없이 고양되는 것도, 기분이 한 없이 가라앉아 절망적인 기분이 되는 것은 같은 것이다.

살다보면 분명히 이와 같은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하룻밤 자고 나면 그 다음 날에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한 마음이 오래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때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우울증은 하나의 정신적 장애다.

우울증이란 어떤 증상일까?

“첫째, 거의 하루 종일 우울증을 느낀다. 둘째, 활동량이 줄어들고 흥미가 떨어진다. 셋째, 체중에 변화가 온다. 넷째, 잠을 잘 못자거나 과도하게 잔다. 다섯째, 초조한 상태가 지속된다. 여섯째, 피로를 느끼고 활력이 없다. 일곱째,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여덟째,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홉째,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위의 9가지 중에 5가지 이상의 항목이 2주일 이상 지속될 때 우울증이라고 판정을 내린다.

살다보면 공허하고, 슬퍼지고, 눈물을 글썽일 때가 있다. 이 비극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평소에 수행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 정신을 수양하고, 사리(事理)를 연구하며, 작업의 취사(取捨)를 올바로 할 수 있는 것이 마음공부다. 마음공부에 힘이 생기면 어찌 우울증이나 조울증 따위가 우리를 괴롭힐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