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전쟁불안감 고조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헌법 해석을 변경한 것을 계기로 일본 국내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일본이 휘말리는 것을 염려하거나 국가의 밀어붙이기 안보정책으로 국민의 평온한 삶이 침해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집단자위권에 대한 반대에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앞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자녀를 키우는 주부, 고교생, 자위대원 등 직업과 계층을 넘어 전쟁 가능한 일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방위 정책의 최일선에 자위대 내부에서도 동요가 포착된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긴키(近畿)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자위대원은 영외에 상관과 술을 마시다 “나 역시 내 자식을 전쟁에 보내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는 것은 미안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가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언젠가 파견을 갈지도 모르는 부하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이 바뀜에 따라 국외 파견을 가거나 부하를 보내야 하는 당사자(제복조)가 논의에서 배제되고 방위관료(양복조)가 집단자위권 논의를 주도했기 때문에 불만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의 한 40대 육상자위대 간부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관해 “우리의 운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 같은 생각에 유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명령이 있으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견해와 파병 중에 공격받으면 끝장이므로 불안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도쿄신문은 과거에 자위대의 국외 파견이 결정된 직후에 자위대 간부를 양성하는 방위대학교의 중도 퇴교자, 졸업 후 임관 거부자, 임관 후 조기 퇴직자(이하 퇴교자 등)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자위대 파견이 당사자의 선택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주도에 따라 자위대가 인도양에 파견된 2001년에도 퇴교자가 전년도 22.2%에서 27.9%로 늘었다.

일본은 이라크특별조치법에 따라 2004년 1월부터 육상 자위대를 이라크 남부에 파견했는데 2005년과 2006년 퇴교자 등의 비율은 38.4%, 32.6%에 달했다.

도쿄신문은 자위대원이 부대에 들어올 때 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겠다는 선서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는 데 타국을 방어하도록 하는 것은 계약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이 자녀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도 많다.

평화헌법을 학습하는 모임인 ‘긴급헌법여자회’가 이달 2일 사이타마(埼玉)현 오미야(大宮)구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주최한 모임에는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사이타마 신문은 “전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자녀가 희생되지 않도록 어른이 더 확실히 해야 한다”, “아이를 위해 (모임에) 참가하고 싶다”는 등 자녀가 전쟁의 피해를 볼 것을 걱정하는 의견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2차 대전 말기에 전례 없이 큰 지상전으로 20만 명 넘는 인명이 희생된 오키나와(沖繩)현에서는 집단자위권으로 전쟁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특히 크다.

4일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시에서 열린 한 교직원노조의 정기 모임에서는 주요 안보 정책에 관한 학생들의 반응이 보고됐다.

류큐(琉球)신보는 “헤노코(邊野古·미군 비행장 이전 예정지)에 기지가 오면 위험하겠지요”, “전쟁이 시작됩니까” 등의 의문이 학생들에게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다른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집단자위권에 대해서 얘기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지금 통상적인 수업을 할 때가 아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민심 수습에 나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1일 각의 결정 결과를 설명하며 이라크 전쟁이나 걸프 전쟁과 같은 전투에 자위대가 참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집단자위권이 국민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부각했다.

일본 내각관방은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일문일답에서 집단자위권으로 징병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오해이고 관련 법안이 국회의 심의를 거치게 돼 있으므로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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