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맞불’을 놓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북한 제재 해제와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P>

북한 제재 일부 풀기로

일본 정부는 4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가해온 경제 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기로 정식 결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방문에 대해 맞불을 놓은 듯한 모양새다.

이번에 해제된 대북 제재 조치는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일본 입항 금지, 양국 간 인적 왕래 제한, 북한에 한해 특별히 책정된 송금 보고 의무 등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입국이 금지된 사람을 제외한 북한 국적 보유자는 일본 입국이 허용되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간부는 북한을 왕래할 수 있게 됐다. 또 북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일본인 대상 ‘도항 자제 요청’도 해제됐다.

또 의료품 등을 싣는 인도주의 목적의 북한 선박은 일본에 입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만경봉 92호는 제재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울러 대북 송금에 대한 신고의무는 현행 ‘300만 엔(약 3천만 원) 초과시’에서 ‘3천만 엔(약 3억원) 초과시’로 완화되고, 방북 시 신고하지 않고 반출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은 현행 10만 엔(약 100만 원)에서 100만 엔(약 1천만 원)으로 올라갔다.

아직 대북 수출입 전면금지, 전세기 입항금지, 만경봉호 입항금지 등 일본의 다른 대북 제재들이 유효해서 이번 조치가 북한이 즉각 대규모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대북 공조 체제에 일부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한 측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직할 조직이 직접 일본인 납북자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상응해 이뤄지는 것이다.

북한은 일본 정부가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함에 따라 4일 납북자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납치 문제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앞으로 북한의 납북자 조사 결과를 보고 나머지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조사에서 일본인 생존자들이 확인되고 이들이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는지가 초점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1차 조사 결과가 올여름 말기 또는 가을 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납북자 최종 조사 결과를 ‘1년 이내에’ 북한이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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