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한국 ‘인종의 용광로’ 시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결혼 이주여성 급증으로 한국이 인종의 용광로 시대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간지는 24일자 최신호에서 ‘한국이 떠안은 외국인 신부’라는 제목으로 한국 내 국제결혼의 추세, 정부의 정책, 사회적 변화상 등을 자세히 분석했다.
1990년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이민정책이 시작됐고, 국제결혼 추세는 지난 2004년 신혼부부 중 절반이 외국인 배우자를 맞이할 정도로 정점에 달했다. 당시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알선하는 광고는 “절대 도망가지 않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간지는 2020년에 ‘단일민족 국가’ 한국의 인구 5천만 명 중 150만 여명이 다문화 가족일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미혼 중년 남성 수는 1995년보다 5배나 늘어났다. 그 결과 1960년 가임 여성 당 6명이던 출산율은 1.3명으로 추락해 이주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노동력은 급감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해왔다. 정부는 다문화 가족 예산에 2007년보다 24배나 많은 1천70억 원을 배정하며 다문화·다인종 국가를 주창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서울 지하철 광고 문구도 ‘다문화 가족을 받아들이자’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또 2007년 불법체류 몽골 노동자 4명이 화재 현장에서 한국인 동료 10여 명을 구해내자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체류 허가를 내줬고, 지난해부터는 혼혈인이 군에 입대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이주민의 한국 동화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결혼 10건 중 4건은 결혼한 지 5년 내 파경을 맞고 있고, 이주민 차별은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고 주간지는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국제결혼 이민자에 대해 기초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인에게는 연소득 약 1천480만 원 이상의 조건을 부과했다. 또 한국인이 배우자의 결혼 단수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기한도 5년 내로 제한했다. 반면, 이런 규제는 노동력의 고령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베트남 신부는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해 급속히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2005년 3만1천명에서 1만8천명으로 수가 급감했고, 그 중 90%는 도시 남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도시 남성들이 일명 ‘된장녀’보다 전통적인 모성 역할을 할 여성을 선호하는 점도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나는 배경이다. 최근 결혼적령기 남성들이?중개업자보다 이주 여성을 통해 그의 모국 친구를 소개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이코미스트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