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306억 달러 4대 프로젝트 ‘야심만만’

쿠웨이트 정유단지와 슈와이크항 <사진=Welcome to Kuwait>

[Country in Focus] 발목 잡던 국회, 친정부 성향 바뀌어 외국기업들 관심…벤더 등록 활발

쿠웨이트 프로젝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010년 시작한 5개년 경제개발계획(1600억 달러 규모)에 따라 올해 쿠웨이트 정부는 길게는 10년, 짧게는 수년간 미뤄온 대형프로젝트를 본격 재추진하고 있다. 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왕족이 지배하는 나라와 달리 걸프만 국가(GCC)에서 유일하게 국회가 있는 쿠웨이트는 정부가 입안한 프로젝트가 국회 반대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3년 7월 총선이 분수령이 됐다. 1인 4표에서 1인 1표로 바뀌는 선거제도에 반대한 야권(주로 시아파 계열)이 출마 보이콧을 함에 따라 친정부 성향 의원이 다수 선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질적이던 정부와 국회간 알력이 완화됐고 대형 프로젝트 추진도 물살이 빨라지고 있다.

쿠웨이트 시장 변화의 3대 신호탄은 자베르 코즈웨이(Jaber Causeway) 착공, 노스 알 주르(North Al Zour) 발전·담수 프로젝트, 그리고 클린퓨얼프로젝트(CFP, Clean Fuel Project)다.

우선 자베르 코즈웨이 착공을 보자. 2006년 입찰이 시작된 자베르 코즈웨이는 26억 달러 규모 공사로 쿠웨이트 수비야만과 슈와이크항(Shuwaikh Port)을 연결하는 36km 현수교다. 2013년 11월3일 착공된 이 프로젝트는 인근 부비얀섬에서 건설 중인 무바라크 신항만과 더불어 쿠웨이트 북부를 중동의 물류, 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한 쿠웨이트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다. 총 950억 달러에 달하는 Silk City 건설을 위한 핵심 전초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둘째, 노스 알 주르 발전·담수 프로젝트는 대규모 발전소 프로젝트다. 2009년 이후 국회 반대로 난관에 봉착했던 이 프로젝트는 남부 노스 알 주르에 쿠웨이트 최초 1500MW급 민자발전소를 세우는 것이다. 설계·구매·시공(EPC)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쿠웨이트 수전력부(MEW), 쿠웨이트 은행(NBK) 등 금융사 간 10억 달러 규모 금융약정 계약을 몇차례 연기 끝에 최종 체결하게 됐다. 작년 12월12일 전격 성사된 이 프로젝트는 쿠웨이트 사회간접시설 건설 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민간협력 프로젝트(PPP)로 국내외 EPC 업체들이 진행상황을 예의 주시해 왔다.

마지막으로 클린퓨얼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20년간 연기돼 왔던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12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사업의 응찰은 작년 12월24일 마감되고 3개 패키지 프로젝트별(Mina al-Ahmadi, Mian Abdullah1, Mina Abdulla2)로 일본 JGC등 외국사 외에 한국의 SK건설 등 한국 기업 5개사가 총 70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정유공장 생산량을 하루 73만 배럴에서 80만 배럴로 확대하고 유황 함유량을 24%에서 5%로 감소시켜 고품질의 다양한 정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이다. 이르면 2014년 5월 입찰이 예정된 150억 달러 규모의 신정유단지 프로젝트(NRP, New Refinery Project)와 함께 쿠웨이트 국영정유사(KNPC)의 2대 역점사업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이 매우 상징적이다. ‘The Road for a Green World’.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가 한국의 대우건설 등 컨소시엄 참여 업체와 체결한 계약식 행사장에 걸린 이 구호는 쿠웨이트가 친환경 정유시설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기존 정유시설은 건설된지 30~40년이 넘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쿠웨이트 환경청이 최근 대기오염 규제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대기오염 규제는 지금도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으나 사업장 폐쇄 등 강제 조치에 대한 법적근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보완작업을 거쳐 시행되면 기준치를 초과한 대기오염 배출 공장은 강제 폐쇄될 수 있다.

쿠웨이트는 최근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한 법률 제정 및 개정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제3국인을 제외한 쿠웨이트 국민은 전체 국민 3분의 1 정도인 120만 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85%는 정부부처와 국영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민 가운데 민간부문 종사자가 적다보니 산업 다각화 추진이 난관에 부딪치곤 했다. 밑바탕에 필요한 민간산업 동력이 부족한 탓이다.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 시티 KNPC 본사에서 열린 계약식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박중흠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최근 쿠웨이트 기관들과 국내 기업 간 프로젝트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삼성엔지니어링>

대형 프로젝트 발주 대폭 증가

더욱이 쿠웨이트엔 석유와 가스 분야를 제외하면 산업기반이 부족해 청년 취업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 정부는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5살 이하 젊은이들의 창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법’과 펀드 조성에 본격 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1월9일 ‘중소기업 육성법’이 국회를 통과해 현재는 주무부처인 상공부가 펀드 조성방안, 지원 세부 가이드라인 등을 보완 중이다. 최종 공포만 남은 상태다. 언론들은 펀드규모가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의 대형프로젝트 발주가 대폭 늘어나면서 쿠웨이트 로컬 및 외국기업들의 눈빛도 달라지고 있다. 클린퓨얼프로젝트 공사의 경우 최대 10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는 주로 설계 작업이 진행되지만 내년부터는 국내외에서 기술인력과 자재 등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발주가 활발해짐에 따라 발주처에 대한 벤더(제품) 등록 후속조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례로 KOTRA 쿠웨이트 무역관에는 최근 벤더등록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과거 KNPC에 그치던 것이 보건부(MOH), 수전력부, 교통통신부(MOC) 등의 기관에 대한 벤더등록 희망 업체가 늘고 있다.
쿠웨이트 로컬기업 역시 종전과 달리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SOC 투자와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플랜트 공급업체를 찾는 로컬 제조업체 바이어가 늘어 나고 있다. 유럽산을 들이자니 가격이 비싸고 중국산을 쓰자니 성능이 떨어져서 한국산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을 포함한 외국 건설기자재 납품업체의 에이전트로 나서려는 쿠웨이트 현지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로컬기업들은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령 종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취업인프라 구축과 해외 취업을 알선하는 인력파견회사와 여행업 등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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