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이메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은 어느새 저의 기쁨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지난 15~17일 방문한 쿠웨이트에서 보고 느낀 것 두어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때마침 이곳에선 아시아협력대화(Asia Cooperation Dialogue, ACD)가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아랍연맹의 나빌 알 아라비 사무총장,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카타르의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국왕,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 태국의 잉락 친나왓 수상 등 32개국의 정상 및 고위관리들이 참석했습니다. 걸프만 국가에선 처음 열린데다 정상급 회의로 격상돼서인지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경비도 삼엄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국가적인 경사인데,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답이 되돌아 왔습니다. 귀국하는 날 아침 <쿠웨이트 타임즈>는 ‘쿠웨이트 국왕, 아시아 빈곤 퇴치를 위해 2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 제안'(Amir Proposes $2BN Fund To Fight Poverty In Asia)이란 제목 아래 “국왕은 아시아 지역의 빈곤 퇴치를 위해 2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하고, 쿠웨이트는 먼저 3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22일 중국의 신화통신을 보니 쿠웨이트에서 선거법개정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걸프만의 작지만 부유한 나라에서 지난 1주일 사이에 이렇게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쿠웨이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중동지역 혹은 아랍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 한다면 전쟁과 분쟁 등 인류가 안고 있는 상당부분의 문제 해결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모쪼록 쿠웨이트 정부가 제안한 ‘아시아 빈곤퇴치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이 나라 언론 및 국가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모함마드 알-무바라크 알-사바 공보부 장관은 1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정치인들은 언론인들을 무조건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관과 저는 각각 쿠웨이트에서 생산한 말보로와 한국의 아리랑 담배를 바꿔 피우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한 개비 담배에도 얼마든지 많은 정과 뜻을 담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참, ‘말보로'(Marlboro)는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의 약자라고 합니다. 아리랑의 사연과 어딘가 맞닿아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일교차가 심합니다. 건강 꼭 유의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2012년 10월24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