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오늘의 시]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더 읽기 » -
[오늘의 시] ‘별’ 이병률 “문자메시지···이번엔 제대로 보냈을까”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것이 아닌 잘못 보내진 메시지 누가 누군가를 용서한다는데 한낮에 장작불 타듯 저녁 하늘이 번지더니 왜 내 마음에 별이 돋는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끌어안는 용서를 훔쳐보다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후려치는 불꽃을 지켜보다가 눈가가 다…
더 읽기 » -
[오늘의 시] ‘말복 오후’ 손석철 “멍멍이 제일 많이 희생되는 날”
멍멍이 제일 많이 희생되는 날 약병아리 찹쌀 배 터지게 먹는 날 여름과 가을이 배 맞대고 마지막 한판 뒤집기 위해 깊은 숨 몰아쉬며 씩씩대는 날
더 읽기 » -
[오늘의 시] ‘말복의 노래’ 정연복 “조만간 찜통더위 아스라이 멀어질 것을”
초복과 중복 지나 말복까지 이르렀으면 더위도 먼 길 온 거다. 있는 힘을 다하는 폭염 때문에 한동안은 더 땀 흘려야 하겠지만. 저만치 여름의 끝이 보이니 남은 무더위쯤이야 기꺼이 견디어 주리라. 내리막길 쏜살같이 달려가 조만간 찜통더위 아스라이 멀어질 것을.
더 읽기 » -
[오늘의 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박노해
돛단배는 풍랑을 맞지 않고는 자신의 길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무 고생도 하지 않으면 아무 전진도 하지 못한다 아무 고난도 격지 않으면 아무 창조도 이룰 수 없다 아무 비난도 받지 않으면 아무 정의도 세울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더 읽기 » -
[오늘의 시] ‘한숟가락의 밥’?김종제 “한밤의 열대야에 식욕을 잃고“
지난 여름 한밤의 열대야에 식욕을 잃고 며칠 째 굶어 허기진 걸 어떻게 알고 누가 여기 가을산에 한 상 가득 차려놓았구나 붉은 배추 김치와 푸른 오이 소박이 그리고 바다에서 건져올려 소금으로 염장 지른 노릿노릿한 간 고등어까지 음, 나는 그저 한 숟가락의 밥만 있으면 되겠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에서 따뜻한 밥을 도시락에…
더 읽기 » -
[오늘의 시] ‘입추에게’ 정연복 “오늘밤은 문득”
겨울이 폭 익어 따스한 봄이 되고 봄이 날로 깊어져 뜨거운 여름 되었듯이. 여름의 긴 터널 속에 또한 네가 있어 새 계절의 소망 가질 수 있네. 아직은 한여름 말복도 한참 남았지만 네가 우리 곁에 옴으로 가을은 성큼 가까웠으니.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열대야에도 오늘밤은…
더 읽기 » -
[오늘의 시] ‘오늘은 입추’ 정연복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아니겠는가”
오늘은 입추 가을이 첫발 내딛는 날. 첫걸음마 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아니겠는가. 아직은 한여름 무더위가 계속되지만 이제 가을은 성큼성큼 다가오리.
더 읽기 » -
[오늘의 시] ‘한여름의 입추’ 정연복 “도둑같이 찾아온 입추”
찜통더위 여전히 한창인데 도둑같이 찾아온 입추(立秋). 여름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가까스로 마련되는 가을의 거점. 여름의 끝 아직 저만치 있어도 가을 또한 첫발을 내디뎠으니. 익을 대로 푹 익어버린 한여름 속에 머잖아 아기같이 가을은 생겨나리.
더 읽기 » -
[오늘의 시] ‘입추(立秋)’ 김현구 “불현듯 서해에 풍랑이 일어”
어젯밤 불현듯 서해(西海)에 풍랑(風浪)이 일어 오늘 아침 천지가 온통 요란스럽습니다. 하늘에 구름은 한층 바삐 달음질치고 수목(樹木)들이 슬픈 몸짓으로 설레입니다. 난데없는 소란에 황급한 꾀꼬리 몸을 감추고 숲 속 소스라쳐 깨인 벌레소리 하늘에 가득 찹니다. 아아 영혼의 슬픈 유랑(流浪)과 조락(凋落)의 붉은 상장(喪章) 몸에 두르고 가을이 산을 넘어 찾아옵니다.
더 읽기 » -
-
[오늘의 시] ‘이삿짐을 싸며’ 손흥기 “누우면 흥부네 같은 우리집이지만”
몽땅 해봐야 봉고 트럭 한 대 분도 안 되는 허재비 같은 피난살림이지만 기울어진 담장너머 바람은 시원하게 넘나드는데 어머니, 평생동안 삭혀 두었던 그 시름 이제는 쭉쭉 찢어 버려도 그만 괜찮을 거예요 누우면 흥부네 같은 우리집이지만 창문 열면 논두렁 타고 넘어 온 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쏟아지는 양짓말 무논에 별빛은 무더기로 쏟아져 내리고…
더 읽기 » -
[인터뷰] <데미안> 100주년 <내 삶에 스며든 헤세> 펴낸 전찬일 평론가
명사 58인의 ‘헤세앓이’···‘피, 땀, 눈물’로 기획·발간 [아시아엔=김남주 <서울대총동창신문> 편집장] “열다섯, 외롭고 가난한 소년의 가슴에 어느 날 헤세가 걸어왔다. 헤세를 읽으며 보낸 그 겨울밤의 맑고 시린 바람 소리는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4쪽. 박노해 시인의 ‘헌시’편 중) 소설 ‘데미안’ 출간 100주년을 맞아 명사 58인이 헤르만 헤세를 소환했다. 책 <내 삶에…
더 읽기 » -
[오늘의 시] ‘수제비’…목필균 “아득하게 그리운 이모의 손맛”
능력 없는 지아비 대신 삼 남매 손끝으로 키우신 이모는 저녁이면 수제비를 끓였다. 밥보다 교육은 시켜야 한다고 밥값 아껴 학교 보냈던 그 시절. 맨 간장에 굵은 멸치 서너 마리 넣고 푹푹 우려낸 국물에 밀가루 반죽 떼어 넣어 한 솥 가득 끓여낸 수제비가 전부인 저녁상을 맛나게도 먹었던 날의 기억들. 돌아보면 아득하게 그리운…
더 읽기 » -
[오늘의 시] ‘그대로 두라’ 박노해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마라”
일상은 일상으로 두라 일상을 이벤트로 만들지 마라 일상이 일상으로 흘러갈 때 여정의 놀라움이 찾아오리니 결여를 결여 대로 두라 결여를 억지로 채우지 마라 결여는 결여된 채 그리워할 때 사무치는 마음에 꽃이 피리니 상처는 상처 대로 두라 상처를 힐링으로 감추지 마라 상처가 상처 대로 아파올 때 상처 속의 숨은 빛이 깨어나리니
더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