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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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늙은이는 혐오 대상인가?…그래도 공짜지하철은 미안하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서울 거리가 온통 파헤쳐지고 흙덩어리들이 도로에 산같이 쌓여 있었다. 지하철공사 때문이었다. 시내를 다니는 낡은 버스는 흙더미 사이로 곡예운전을 하며 지나갔다. 종로 거리의 상점들은 문 앞의 거대한 싱크홀 같은 구덩이 때문에 손님들이 다 떨어져 나간다고 울상이었다. 30대 무렵이었다. 공무원인 친구가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하철공사를 위해 외국에서 돈을 꾸어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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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이광수의 ‘민족개조론’과 광우병 반대 시위

    미국산 소고기만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선동이 있었다. 시청앞 광장에 10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흥분해서 몰려들었다. 한 청년이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미국 소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아요.” 군중들은 그를 비웃고 침을 뱉었다. 그들을 선동한 주체 중의 한 사람이 일기에서 ‘이명박에 대한 증오가 하늘에 사무쳐’라고 쓴 게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박근혜 탄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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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씨 “일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일에서 힘을 얻었다”

    지난 주말 조선일보에서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이라는 기사를 봤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깊은 산속 암자에 생필품을 나르면서 오십년을 일해 왔다는 것이다. 나의 뇌리에 지게꾼은 어떤 직업일까. 지게꾼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인 막노동자 같은 밑바닥의 직업이었다. 우리 어린 시절 부모들은 지게꾼을 가리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고 하기도 했다. 나의 뇌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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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친일논쟁⑫] 두산그룹의 뿌리 박승직상점의 경우

    네비게이션으로 내가 갈 곳을 정하고 거리뷰를 터치하면 그곳의 광경이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나같은 아날로그시대의 사람은 그 정도만 해도 신기하다. 나는 문명의 발전을 보면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백년 전 거리풍경을 생생하게 볼 수는 없을까. 정지되어 있는 흑백사진을 조립한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와 질감을 느낄 수는 없을까.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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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무서운 정치인’ 사이토 총독…”총칼보다 문화 앞세워”

    나는 30대 중반 무렵 대통령 직속의 조직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대통령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 것 같았다. 국가라는 것은 무엇인지, 장차 어떤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랜드 플랜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가난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많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깃발을 내걸고 국민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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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의뢰인에게 소송당해 20년 고통…인간적·문학적 변론 깨달아

    겉멋이 들거나 기계적인 문장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바늘 끝으로 쓰는 것 같이 섬세하게 묘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일제시대는 그래서 법을 하는 사람에게 문학도 같이 가르치고 법문학부라고 했다. 변론서 안에 기록되는 현란한 법률지식은 인공지능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변호사인 고교 선배가 카톡으로 이런 고민을 보내왔다. “며칠 후 형사 변론에 참여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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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친일논쟁⑩] 대한변협신문과 1920년 창간 당시 동아일보

    <대한변협신문>을 책임지고 2년간 만든 적이 있다. 1만명이 넘는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은 현대판 유림일 수 있었다. 재야 선비들이 세상을 향해 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이었다. 제작비나 인건비 그리고 광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압력이 들어와도 물리치는 데 큰 힘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일부 강성여론이나 비난만 견디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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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동인과 백년 전 감옥 풍경

    변호사를 40년 가까이 하면서 감옥을 참 많이 드나들었다. 그곳에 사는 죄수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세상이 바뀌어도 감옥 안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도심에 번들거리는 유리창의 최신형 빌딩이 늘어나도 교도관들은 낡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무쇠난로에 연탄을 갈아 넣고 있었다. 동굴같이 어둠침침한 감옥의 통로는 곳곳이 녹슨 철창으로 막혀 있었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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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택시운전은 도 닦기 좋은 ‘수행법’

    내게 하소연하는 글이 하나 왔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취객들에게 당하는 고통을 얘기하고 있었다. 주정을 하면서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인내하다가 112에 신고한다고 했다. 경찰마저도 직접적인 폭행이 없으면 그들에게 사정 하며 가시라고 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금전적 손해와 정신적 허탈감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그는 택시기사를 보호하는 법률은 누가 만드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속칭 그런 ‘진상’들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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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친일논쟁⑪] 춘원 이광수의 감추어진 이야기들

    낡은 책 속 소년의 울음소리 황학동의 벼룩시장 구석에 낡은 책들이 폐지 더미가 되어 수북이 쌓인 채 비를 맞고 있었다. 우연히 그중 한 권이 내 눈에 들어와 천원을 주고 사서 가지고 왔다. 얼룩이 지고 누렇게 변색된 그 책 안에서 어린 소년의 처절한 울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한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어린 소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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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친일관계 소송 맡아 죽은 영혼들 대리인 되어…

    “나는 요즘 내가 직접 땀 흘려 발견한 역사들을 수필 형태로 남기고 있다” 20대쯤이었을 것이다. 내게 종교가 없을 때였다. 문학이나 글을 보면 성경 구절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양을 갖추려면 성경에 대한 기본상식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30대에 특수한 계기로 성경을 읽게 됐다. 읽자마자 나는 실망했다. 읽으라고 만든 책인지 읽지 말라고 만든 책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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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광우병 ‘촛불’과 3.1운동 ‘횃불’

    광우병사태 때였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방송을 보고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괴담이 돌았다. 시청앞 광장에는 미친 소의 상이 세워져 있고 여러 개의 막사 안에는 눈에 독기를 품은 사람들이 들끓었다. 백만명만 모이면 정권을 엎을 수가 있다며 그들은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를 기다렸다.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으로 도망 가 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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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뿌리주식회사···경성방직·삼성·LG

    10여년 전 미디안광야에서 묵은 적이 있다. 애굽에서 탈출한 유대인들이 38년간 살던 붉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곳이다. 지금도 이따금 낙타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만 보인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던 어느 날 아랍인의 납작한 단층집에 들어가 잠시 쉴 때였다. 보통의 가정집이었다. 양탄자를 바닥에 깐 거실에 우리나라의 LG텔레비젼이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가슴이 뿌듯해졌다. 거의 30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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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집이란 이 땅에 잠시 치고 사는 천막 아닐까”

      해변의 쉼터에서 한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부동산 중개사를 통해 제일 싼 아파트를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북평에 있는 열여덟평 아파트가 오천만원에 나와 있더라구요. 그걸 샀죠. 이따금씩 와서 쉬었다 갑니다. 나만의 공간이죠. 비워둬도 관리비가 거의 안 나와요.” 살 줄 아는 사람 같았다. 돈 돈 하면서 미루면 나중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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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친일논쟁⑨] ‘친일반민족행위 195인’에 오른 이하영의 경우

    “정치적 시각에서 작위를 받은 그를 친일파로 단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적 시각에서 그를 보면 어떨까. 몇 십년이 흐른 후 역사를 재단하는 표준 잣대가 변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민주화 투쟁이 심하던 1980년대 법정은 더러 난장판이었다. 방청석에서 운동권 노래가 울려 퍼지고 피고인들이 신고 있던 고무신을 벗어서 판사에게 날렸다. 내가 아는 판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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