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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민달팽이’ 홍성운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집값이면 좋겠다”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집값이면 좋겠다 이삿짐을 챙기다 잠깐 쉬는 나무 그늘 풋감이 뚝 떨어진다 민달팽이 뿔 세운다 # 감상노트 등짐 없는 민달팽이 쉬어가는 감나무 그늘. 하도 이사를 다녀 주민등록증 주소변경란에 바뀐 주소를 적어 넣을 데가 없었지. 그릇 깨지지 말라고 신문지 같은 걸 구겨 넣고 한 달 전부터 바리바리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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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미시령 편지’ 이상국 “백담사 큰스님이 그러는데”
백담사 큰스님이 그러는데 설악산 꼭대기에서도 샘이 나는 건 지구가 자꾸 도니까 가장 높은 데가 가장 낮기 때문이란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 감상노트 그러니까 나는 합리적이지도 못한 채 어쭙잖은 사리분별의 습(習)에 눈먼 어른아이. 전도몽상(顚倒夢想). 나는 무엇에 속고 무엇에 홀려 어긋나 있는 걸까. 지구가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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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숲’ 조오현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 # 감상노트 숲은 무얼까. 산은 무얼까. 산에 가면 산은 없고 돌과 흙, 나무와 새, 벌레와 풀 그리고 이름 몰라 불러주지 못한 온갖 유정 무정이 모여 산다. 끌어안고 버팅기고 밀뜨리고 기대이며 산다. 기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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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등산’ 안직수 “간식 꺼내 먹으면 그곳이 정상이다”
오르다가 힘겨워 짐 내려놓고 간식 꺼내 먹으면 그곳이 정상이다. # 감상노트 굳이 해발 1950m 정상에 서야 하는가. 당신이 산에 가는 것은 거기 저자의 삶과는 다른 에너지가 있기 때문. 오르면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기 전에 배낭 가벼이 나누는 사과 한쪽. 그칠 줄 모르는 파동을 잠시 잊고 쉬어가는 곳. 물마시고 웃음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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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오늘의 시] ‘덜된 부처’ 홍사성
실크로드 길목 난주 병령사 14호 석굴입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는 겨우 형체만 갖춘 만들다 만 덜된 불상이 있습니다 다된 부처는 더 될 게 없지만 덜된 부처는 덜돼서 될 게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 앞에 서니 나도 덩달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 감상노트 금강경의 말씀으로 보면 형체를 갖추었다느니 못 갖추었다느니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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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들길 따라서’ 홍성란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너에게”
? 발길 삐끗,?놓치고 닿는 마음의 벼랑처럼 ? 세상엔 문득 낭떠러지가 숨어 있어 ?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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