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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시인과 사람’ 김영주 “시인은 가고 없어도 그 말씀은 남았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안아주고 싶지만 좋은 시를 쓴 사람은 업어주고 싶다시던 시인은 가고 없어도 그 말씀은 남았네 안아주고 싶도록 좋은 사람 많은데 업어주고 싶도록 좋은 시 넘치는데 시인은 사람이 그립고 사람은 시인이 그립다 # 감상노트 설렁탕을 드시고 나면 레이크호텔 꼭대기 커피숍으로 안내하셨다. 거기서도 김천에서도 백수 정완영(1919~2016) 시인은 소천하실 때까지 후학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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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국가에 대한 사유’ 김영주 “국민연금이 머지않아 연금폭탄이 된다는데”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아흔아홉 도구들이 아흔아홉을 거머쥔 일 프로의 사용자를 받들고 먹여 살리는 불가사의한 조직체 # 감상노트 하나 밖에 없는 몸뚱이가 소스라친다. 쓰다 버려질 소모품쯤 되는 생. 국민연금이 머지않아 연금폭탄이 된다는데 그건 누구를 위한 기교일까. 소란스런 나의 울타리. 갇힌 줄 모르고 맹세코 울타리를 손보며 살아온 나날이었다. (홍성란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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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호수’ 청화 “설악산 산그늘이 할랑하게 잠긴 그 호수”
잡초와 돌 뿐인 땅에 호수 하나 덩그렇게 남겼네 설악산 산그늘이 할랑하게 잠긴 그 호수 누구나 물가를 돌며 놀랄 뿐 그 水深은 알지 못하니 아 이 깊이를 다 아는 백조 어느 노을 녘에 날아오려는가 # 감상노트 차마 어린 중생 버려두고 사바를 떠날 수 없었으니. 머물 수 있다면 산그늘도 그림자도 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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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봄날’ 황영숙 “무밭에 아기별꽃 개불알꽃 부추꽃”
무밭에 아기별꽃 개불알꽃 부추꽃 채소밭의 풀이거나 풀밭에 채소거나 옆자리 서로 내어주며 가야 할 길이 있다 # 감상노트 허리 구부려 눈 맞춰야 겨우 볼 수 있는 목숨들. 이름 없는 존재 있을까. 하얀 무꽃 아래 하얀 아기별꽃 부추꽃. 새끼손톱만한 너는 어째 이름이 그러냐. 파란 개불알꽃. 사파이어꽃은 어떨까. 봄까치꽃은 어떨까. 소소한 목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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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선우협 “간밤에 불던 바람 만정도화 다 지것다”
간밤에 부던 ????? 滿庭桃花 다 지거다 아희??? 뷔를 들고 쓰로려 ?????고나 落花???들 곳지 안니랴 쓰러 무??? ??리요 -선우협(1588~1653) 《주역》에 통달한 조선 중기의 학자. 저서《돈암전서》7권 5책. 간밤에 불던 바람 만정도화 다지것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엇 하리요 # 감상노트 낙화. 비 갠 봄날 아침이면 젖은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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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봄비’ 오승철 “덩달아 꿩 소리도 이 산 저 산 바빠지네”
해마다 봄이 자꾸 짧아지고 있다는데 덩달아 꿩 소리도 이 산 저 산 바빠지네 할머니 유모차 슬쩍 같이 밀고 가는 봄비 # 감상노트 그나저나 봄비가 오시는데 아랫마을 할머니는 유모차 끌고 어딜 가시나. 아닌 척 할머니 유모차 밀고 가는 봄비를 푸드덕, 꿩은 알고 갔을까. 꿩, 꿩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제주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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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바람의 말’ 하순희 “누군가 나는 누군가”
누군가 나는 누군가? 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나일까? 저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나일까? 밤새도록 온 세상을 돌아다닌 하얀 아침 누군가 나는 누군가 발가락이 저리다 아무도 잡을 수 없는 빈 시간 그 언저리 # 감상노트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고요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꽃잎을 흔들어 떨구고 성난 파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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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심시조아카데미 10년 인연···조오현 큰스님과 제자 홍성란 시인
지난해 5월 열반하신 조오현 큰스님은 승려직과 함께 누구보다 시조를 사랑한 시인이다. 스님의 문학적 성과는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조와 시를 통해 알려진 대로다. 그런데 세간에서 큰스님에 대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 시조를 아꼈고, 시조시인들을 격려했다. 3일로 만 10년을 맞은 ‘유심시조아카데미’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를 가까이서 시봉(侍奉)했던 홍성란 시인이 시조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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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냉이꽃’ 이근배 “사상을 따라 북으로 간 지아비가 남긴 것은 무엇이었나”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荒漠)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 감상노트 사상을 따라 북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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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봄날-진평’ 박명숙 “꽃다지 떼로 몰려와 우 ? 우 ? 우 ? 우 기어오르네”
왕은 죽어서 젖무덤만 남아서 남풍 부는 아침이면 약속처럼 젖이 돌아 꽃다지 떼로 몰려와 우 ? 우 ? 우 ? 우 기어오르네 # 감상노트 경주시 보문동에 왕릉이 있으니 진평의 유택(幽宅)이다. 아득히 주무시는 그곳은 태평성대인가. 금관 옥대 벗어두고 죽을 걱정 살 걱정 다 내려놓으셨는가. 어미 품 파고드는 젖먹이처럼 꽃다지 확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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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입적’ 안직수 “어떤 집착도 버린 손. 설악(雪嶽) 무산(霧山) 조오현(曺五鉉)”
큰스님 만나러 설악에 갔다가 스님은 백담사에 버려두고 나 혼자 왔다. # 감상노트 죽는다는 건 헤어진다는 것. 헤어진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바라볼 수 없어도 큰스님은 백담사에 계신 거구나. 가져올 수 없어 스님은 산에 두고 그 음성 그 눈빛만 가지고 혼자 왔으니. 그러나 스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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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산사로 가는 길’ 전연희···동안거 해제 지나니 큰스님 생각나
살겠다 살겠다고 냇물이 속살대자 알겠다 알겠다고 꽃잎들이 사운댄다 동안거 스님 여윈 볼 분홍 꽃물 발그레 # 감상노트 검불 아래 새싹도 손가락만큼은 자라고 양지쪽 진달래도 꽃눈 부푼 우수절(雨水節). 산굽이 돌아가는 냇물도 이제 살겠다고 속살대는 정월 보름. 오곡밥에 부럼 깨는 오늘은 동안거 해제일이다. 산문을 나오는 스님들 발길도 여윈 볼만큼 가벼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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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승부'(勝負) 홍사성 “썩고 문드러져서 잘난 척 할 일 없을 때까지”
개를 만나면 개에게 지고 돼지를 만나면 돼지에게 진다 똥을 만나면 똥에게 지고 소금을 만나면 소금에게 진다 낮고 낮아서 더 밟을 데 없을 때까지 새우젓처럼 녹아서 더 녹을 일 없을 때까지 산을 만나면 산에게 지고 강물을 만나면 강물에게 진다 꽃을 만나면 꽃에게 지고 나비를 만나면 나비에게 진다 닳고 닳아서 무릎뼈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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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첫눈’ 구애영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죽교리골 외갓집 막 태어난 소를 봅니다 고물고물 그 붉은 살 어미 소가 핥아줍니다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 감상노트 이런 외갓집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갓 낳은 송아지를 보며 그것이 행운인 걸 아이는 알았을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끼를 핥아주며 근심스레 바라보는 어미 소와 쇠죽을 쑤며 소잔등을 쓰다듬는 할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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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연’ 박권숙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시가 찾아오기를 백년 쯤 기다리다 학이 되어버린 내가 긴 목을 뽑았을 때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 감상노트 얼레에서 멀어질수록 연줄은 길게 늘어지고 그 연(鳶)과 바람 사이로 겨울새도 지나갔으리. 연을 날리는 사람이나 바람 타는 연을 바라보는 행인의 눈길이나 어디 걸리지 말고 하늘 아득히 날기를 바랐으리. 학처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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