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9년간 초교 600곳·피아노 6만개 등 기부
유엔에 매년 30만弗 후원···阿주거문화 개선 돕기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지난 10월 20일 방글라데시 다카의 교육부 행사장에 모인 초등학생 100여 명이 졸업식 노래를 합창했다.
졸업식 행사도 생소하고 졸업식 노래는 더욱 생소했던 학생들은 이날 디지털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모두 한 목소리가 됐다. 가사는 벵골어로 번안됐지만 원곡은 한국의 졸업식 노래다.
졸업식이 따로 없어서 졸업식 노래도 없었던 방글라데시 초등학생들은 이제 이 노래를 부르며 졸업을 하게 됐다. 한국의 건설업체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방글라데시에 디지털 피아노 5000대를 기증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정서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평생 기억에 남는 졸업식 노래를 통해 공감하며 문화를 교류한다면 학생들에게 추억도 만들어 주고 나라 간에 상호협력과 발전의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증식이 열린 방글라데시 교육부 LGED홀에는 압사룰 아민(Afsarul Ameen) 초등대중교육부 장관, 조태영 주 방글라데시 대사, 부영그룹 김의기 사장 등이 참석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
디지털피아노에는 졸업식 노래 뿐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과 동요 ‘고향의 봄’ 등의 음원이 저장돼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는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해질 전망이다.
이중근 회장은 또 교육용 칠판 5만 개도 함께 기증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업차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교실 벽에 칠한 검은 페인트를 칠판 대신 사용해 수업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고서는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나라의 열악한 현실이 떠올라 칠판을 기증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도 노르돔 초등학교 졸업식에 직접 참여해 자신이 기증한 디지털피아노 반주에 맞춰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이 졸업식은 캄보디아 초등학교 최초의 졸업식이자 첫 졸업식 노래 합창이 울려 퍼진 날이기도 했다.
캄보디아 23개 성의 교육국장들은 이날 이뤄진 한국의 졸업식순과 행사 진행을 전부 지켜보고 이를 모델로 각 성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아
이렇게 이 회장은 지금까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동티모르,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피지, 브루나이 등 아태지역 14개 국가에 디지털피아노 6만 대와 교육용 칠판 56만 개를 기증했다. 2003년부터 동남아 지역에 건립한 초등학교는 600곳이다. 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에는 태권도훈련센터를 세우고 발전기금 등을 지원했다.
부영그룹은 필리핀, 미얀마, 싱가포르 등 아시아 뿐 아니라 파푸아뉴기니, 에티오피아 등 남태평양과 아프리카 국가에도 교육시설을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장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은 높은 교육열이 원동력이었다”며 “동남아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 미래의 역군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국가 발전의 투자라고 여기는 그의 생각은 이미 28년 전 한국에서부터 시작됐다. 1983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교육시설이 필요한 학교를 찾아 기숙사와 도서관, 체육관 등을 지어줬고, 노인정, 보건소, 종교시설, 마을회관 등 복지시설도 기증해왔다.
이 회장은 “교육에 투자된 재화는 한번 사용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 사용되는 것”이라며 “지원된 교육시설과 자재를 통해 공부한 학생이 인재로 커간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다”고 말했다.
동남아 교육 지원 넘어 아프리카 발전 도울 것
그의 기부활동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지난 10월13일 부영그룹은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인간정주위원회)와 파트너 협력을 맺었다.
아프리카 최빈곤국의 도시발전과 주거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해마다 30만 달러씩 10년간 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케냐에 본부를 둔 유엔 해비타트는 1978년 설립된 유엔 산하기구로 도시개발과 함께 슬럼가 주민들에 대한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 지원에 이어 함께 하는 나눔 활동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