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칼럼

[신건호 칼럼] “바보야,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경제야!”

사상 최대 수출과 반도체 호황의 이면에는 장바구니 물가와 경기침체에 짓눌린 서민들의 삶이 있다. 정쟁이 아니라 경제, 말싸움이 아니라 민생 해법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AI 생성 이미지)

사상 처음이다. 1천209억 4천만 달러, 원화로 164조 2천억 원이 지난 9월 대한민국의 수출 실적이다.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연간 1조 달러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무려 107조 4천억 원이다. 경이롭다. 이 돈을 1초에 1억 원씩 쓴다고 해도 모두 쓰는 데 12일이 걸린다. 우리 국민 5천100만 명에게 나눈다면 한 명당 210만 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IMF가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높여 잡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많은 수출을 하고 많은 돈을 벌었는데도 ‘온통 힘들다’는 사람들뿐이다. 부중빈자(富中貧者)의 현상이다. 부유한 환경 속의 가난함이다. 뛰는 물가 앞에서 망설이고, 가게는 손님이 줄어 울상이고, 투자한 주식은 추락해 불안을 키우고, 자영업자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경조사는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잦으니 100조 원의 효과, 3.3% 성장률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반도체 수출 실적은 분명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가 맞다. 인공지능 확산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이익이 투자로 이어지고,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고용, 그리고 다시 소비로 연결될 때 비로소 국민경제에 온기가 돈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GDP가 높아지는데도 얼어붙은 ‘골목상권을 녹이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눈총을 받는 것이 정치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 죽느냐 사느냐, 정신이 혼미한데 정치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그렇다. TV에 비친 그들의 웅얼거림은 실망을 넘어 국민의 불쾌감을 키운다.

그렇다. 여당과 야당, 계파로 갈라져 싸우는 꼴을 보는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제도 싸우고 오늘도 싸운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고, 상대의 흠결을 찾아 공격하고, 고성과 막말을 쏟아낸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건 필수다. 상대를 빈정대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 질러대는 것을 ‘잘하는 정치’로 착각한 듯, 늘 하는 건 바보짓이요, 세우는 건 핏대다.

이런 판에 얄미움을 더하는 것은 TV에 출연하는 시누이들, 패널들이다. 이들 역시 좌우로 갈라져 상대방 후비기에 정신이 없다. 편 가르기 전문가처럼 자기주장만 앞세워 잘난 척만 한다. 종편을 중심으로 날이면 날마다 웅얼거림으로 시간만 축내고 있으니 국민의 혈압이 정상인 게 의아스러울 정도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경쟁이 아니라 계파와 정당만을 위한 싸움이다. 오죽하면 TV를 시청하다 망치를 찾는 사람들,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겠는가. 이래저래 복장 터지는 건 국민이다. 정치권에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서로의 잘잘못만 따지고 있을 것인가.”

알아야 할 것은 상대방을 얼마나 많이 공격했는지를 보여주는 싸움은 정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달 전기요금과 대출이자를 어떻게 감당할지, 장사가 안 되는 가게를 어떻게 살릴지,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치다.

강조하지만 국민에게 ‘정쟁’은 답이 아니다. 싸움에서 누가 이겼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내 삶이 나아졌느냐가 중요하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민생이 어려운데 자기들끼리의 이익 다툼에만 몰두한다면 국민의 질문은 하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의 시름 소리를 듣는 귀다. 장바구니 물가를 보고, 상인들의 한숨을 듣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불안을 함께 느끼고, 청년들의 취업 걱정을 덜어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정치권이 싸워야 할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물가와 경기침체, 일자리 부족, 그리고 민생의 벽이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기업의 성장이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다. 대기업의 투자 확대가 지역의 기술력 향상과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산업단지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상권과 서비스업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전남·광주인들이 광주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의 중간선거 패배로 잠깐 주춤할지 모르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를 보여주는 숫자는 단순한 전자회사의 실적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얼마나 많은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면서, 동시에 그 부가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의 실적 호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주가 급락과 팍팍한 장바구니, 월급봉투의 현실이 여전하다면 우리는 한 번쯤 더 깊고 구체적으로 지도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사상 최대의 수출, 반도체의 빛이 서민들의 생활공간까지 닿고 있는가.”

삼성전자의 107조 4천억 원이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상징한다면, 이제 정치인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3.3% 경제성장률의 빛은 과연 누구의 삶을 밝히고 있는가?’

“응답하라.”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은 정치인의 책무다. 당파, 계파 갈등에 웅얼거리지 말고 이재명 대통령부터 국민이 알아듣도록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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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호

법학박사 시민의소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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