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임영상의 글로컬 뷰] 기술을 넘어 자립으로…아시아발전재단의 고려인 창업 지원

아시아발전재단 제4기 고려인 직업훈련 안내 포스터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고문] 아시아발전재단(ADF)은 2025년 1월부터 귀환 고려인 동포의 한국 정착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방안으로 베이커리 직업훈련을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을 이용해 시행해 왔다. 2025년 두 차례, 그리고 2026년 1월 세 번째 과정을 하루 3시간씩 8주간 운영했다.

그러나 교육을 마친 고려인들의 취업은 쉽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는 제빵업의 근무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고, 한국어가 부족한 ‘외국인’이라는 차별적인 시선이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제빵업으로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강한 각오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려인 베이커리 직업훈련, 취업보다 창업으로

락앤락의 신화를 일군 아시아발전재단 김준일 이사장은 취업보다 창업이 가능하도록 2026년 제4기(7월 6~31일) 고려인 직업훈련 방식을 과감히 바꾸었다. 러시아빵 베이커리 등 현업에서 일하는 고려인과 지방 거주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루 6시간씩 4주간 집중 합숙교육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직업훈련은 아시아외식연합회 대표이자 동서울대학교 카페베이커리전공 오병호 교수가 맡았다.

47명의 지원자 가운데 남성 5명, 여성 8명 등 모두 13명이 선발돼 지난 7월 6일 입교식을 가졌다.(<연합뉴스> 2026.7.7. 「[동포의 창] K-베이커리 전문가 키운다…고려인 직업훈련 입교식」, <동포세계신문> 2026.7.8. 「[정막래의 현장톡톡] 2026년 4기 고려인 제과제빵 과정 입교식에 다녀와서」)

지난 6월부터 아시아발전재단 고문으로 고려인 사업의 방향 설정에 협력하게 된 필자 역시 화상면접에 참여했다. 첫째는 한국어 실력을, 둘째는 제빵에 대한 간절함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 안산시 사동과 광주시 곤지암에서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김뱌체슬라프와 고이리나 씨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한국식 빵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한국인 고객은 물론 고려인들에게도 한국식 빵을 판매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7월 1일 김준일 이사장, 차민아 사무국장과 함께 안산과 곤지암의 고려인 베이커리를 방문했다. 김준일 이사장은 “안산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오븐 등 시설도 적절하고 무엇보다 김뱌체슬라프 부부에게 장사 수완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산에서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김뱌체슬라프 부부.

김뱌체슬라프 부부는 각종 빵과 음료, 러시아 소시지와 초콜릿 등을 담은 선물용 박스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베이커리와 식품, 꽃까지 판매하는 ‘프로방스(Provence)’는 석호초등학교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안산시 사동에서 10년 넘게 고려인 동포의 삶을 보듬어 온 미르(Mir)센터와도 가까웠다.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소머리국밥 거리 중심에 있는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Russian Mart & Bakery)’는 고이리나 씨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고려인보다 한국인 손님이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발효종 제품 등 다양한 빵을 아낌없이 내놓으며 시식을 권한 고이리나 씨의 매장을 둘러본 김준일 이사장은 “이곳은 오븐을 조금 더 큰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효율이 높은 컨벡션 오븐(convection oven)이 필요해 보였다. 그는 베이커리 내부 배치와 함께 ‘페치카 베이커리’ 간판의 크기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곤지암에서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고이리나씨와 어머니.

교육 2주 차 첫날, “우리가 최고다!”

일요일 아침, 곤지암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고이리나 교육생이 대화방에 직접 만든 소금빵 영상을 올리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와 가족은 소금빵을 직접 구워 보고 싶어서 일주일 내내 주말만 기다렸습니다. 어제 먼저 60개를 구웠는데, 빵집 안에 정말 먹음직스러운 향이 가득 퍼져 손님들께서 ‘여기서 무슨 맛있는 냄새가 나나요?’라고 물어보실 정도였습니다. 저녁이 되기 전에 55개를 판매했고, 가족도 맛볼 수 있도록 12개를 더 구웠습니다. 두 번째에는 제 오븐에 맞는 온도를 찾아 훨씬 더 예쁘게 나왔습니다. 오늘도 제 빵집에서 소금빵을 구울 계획입니다.”

오병호 교수는 곧바로 답글을 남겼다.
“보통 한 달 걸릴 일을 1주일 만에 해냈네요. 단 두 번 만에 온도를 맞추고 맛을 완성해 첫날 55개를 판매한 것은 일반인이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동포 여러분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소금빵은 사업화 과정에서도 가장 잘 팔리던 제품입니다. 첫 주 수업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인 만큼 매주 마지막 제빵 수업에서 복습하겠습니다. 대표 메뉴로 손색없는 마스터 교육 제품으로 선정하겠습니다. 남은 시간도 행복하십시오.”

오후에는 안산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뱌체슬라프도 동영상으로 소식을 전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매장은 주문이 정말 많아 매우 바빴지만 시간을 내어 수업에서 배운 빵 몇 가지를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직 두 번째로 만드는 제품들이었지만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잘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오병호 선생님의 뛰어난 실력과 세심한 가르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든 소금빵과 마들렌을 들어 보이는 김뱌체슬라프.

그는 이어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레시피와 작업 순서, 기술을 최대한 그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렇게만 하면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신 모든 관계자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기 때문에 영상을 촬영하고 배운 내용을 연습할 시간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병호 교수는 이모티콘(🎉💕❤)과 함께 “잘생기고 착하니 효모도 반응하네요. 멋진 제품, 축하합니다.”라고 답했다. 휴일임에도 여러 교육생은 매장을 운영하는 동료들이 배운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는 소식에 축하를 보냈다.

김알리나 교육생은 “바로 연습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정말 좋네요. 슬라바, 정말 빨리 배우네요. 빵도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여요.”라고 응원했다. 2주 차 첫날 수업에서는 소시지빵과 에그타르트를 배울 예정이다. 오병호 교수와 13명의 고려인 교육생은 한목소리로 힘차게 외쳤다.

“우리가 최고다!”

교육 2주 차 첫날 “우리가 최고다!”를 외치는 오병호 교수(왼쪽)와 고려인 교육생들. <사진 임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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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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