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칼럼] 두 길의 그림자…전륜성왕과 부처

5월의 햇빛 아래 서 있으면 문득 한 사람이 두 개의 그림자를 갖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타마 왕자에게 내려졌던 두 가지 예언이 그랬다. 그는 전륜성왕이 되거나, 부처가 될 사람이라고.
전륜성왕의 그림자는 넓고 단단하다. 그가 지나가면 작은 나라들이 질서 아래 모이고, 거칠던 길이 반듯하게 다져진다. 백성들의 분쟁도 잦아들어, 도시의 밤은 오래도록 조용하다. 아마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세상을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세상을 ‘잘 굴리는 힘’에 대한 갈망. 그 갈망이 만들어낸 이상이 전륜성왕이었다.
그러나 고타마에게는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전륜성왕과는 결이 전혀 다른, 아주 얇고 조용한 그림자-부처의 그림자다.
아무리 잘 굴러가는 나라라도 늙음과 병,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멈추게 된다. 왕도, 장군도, 상인도, 농부도. 세상이 아무리 잘 정돈되어도 삶의 가장 깊은 고통은 그대로 남는다.
그 지점에서 두 그림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길어지기 시작한다. 전륜성왕은 세상을 정돈하는 빛을 향해 서 있고, 부처는 고통의 뿌리를 비추는 빛을 향해 서 있다. 둘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는 외적 질서의 이상을, 다른 하나는 내적 자유의 이상을 품고 있다. 세상을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다. 문명은 이 두 가지 욕망-“안정”과 “해방”-위에서 흔들리며 자란다.
하지만 고타마는 두 그림자 중에서 덜 화려하고, 더 고독한 쪽을 택했다. 왕관을 벗고 길을 떠나며 세상을 다스리는 힘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는 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륜성왕의 길은 세상을 단단하게 만들고, 부처의 길은 사람을 가볍게 만든다. 둘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문명의 균형이 잡힌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는 5월, 나는 꽃잎 흩날리는 길을 걸으며 그 두 그림자를 떠올린다. 나는 지금 어느 쪽 빛을 향해 서 있는가? 어떤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이 오늘의 마음을 조금 더 맑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