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리앗’ 무찌른 ‘다윗’의 10년 뒤 고백

시편 23편

*잠깐묵상 | 사무엘상 21장

“다윗이 아히멜렉에게 이르되 여기 당신의 수중에 창이나 칼이 없나이까”(사무엘상 21:8상)

불과 10년 전, 다윗은 골리앗을 향해 외쳤습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다윗은 골리앗의 칼과 창이 두렵지도 부럽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물맷돌 하나로 골리앗의 칼과 창을 무력화시켰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그에게는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다급하게 칼과 창을 찾습니다. 그런 그에게 아히멜렉이 내어준 것은 얄궂게도 골리앗의 칼이었습니다. 10년 전, 하나님의 이름 앞에서 철저하게 위력 없음이 검증되었던 그 칼을 받아들며 다윗은 말합니다. “그만한 게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다윗도 변했습니다. 지난 10년은 소위 말하는 세상의 쓴맛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산과 들을 누비며 평화롭게 수금을 뜯고 양을 치던 낭만 소년이 아니었습니다.

다윗 자신은 이런 변화를 몰랐을까요? 하나님의 이름만으로 충분했던 자신이, 지금은 칼 한 자루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마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당찬 모습이 나인 줄 알았는데, 칼이라도 하나 쥐어야 안심이 되는 이 초라한 모습이 진짜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거인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강인함으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하나님은 다윗을 승리의 자리에만 세워두지 않으셨습니다. 걸어가게 하셨습니다. 광야를 걷게 하셨습니다. 밖이 광야여서 광야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말라비틀어지고, 한없이 나약한 나를 직면해야 했기에 광야였습니다.

하나님은 이 무력함을 마주하라고 다윗을 이곳으로 이끄셨습니다. 골리앗 앞에서 다윗은 하나님의 위대하심은 알았지만, 칼 한 자루에 기대야 하는 자신의 민낯은 아직 몰랐는지도 모릅니다.

‘나도 별것 없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없으면 신앙은 자기 열심에 대한 착각 위에 세워집니다. 신앙에는 이런 시간이 있습니다. 골리앗 앞에서의 담대함이 믿음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칼 한 자루 앞에서 흔들리는 자기를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믿음이 무엇인지 더 깊이 질문하는 시간 말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 이 고백은 평생 부족함을 모르고 살아온 사람의 고백이 아닙니다. 골리앗의 칼이라도 쥐어야 했던 광야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의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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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hM8-vX0XRI?si=miNkZmHRHdLfNvEI

📘잠깐묵상 2권
<서툰 인생, 잠깐묵상>
https://youtu.be/YJQY2bnwjAE?si=3s5Q9NCt1mlnK6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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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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