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칼럼

[고난주간] 부활은 상처에서 시작된다…토마스의 고백 ‘나의 주님’

카라바조의 대표작 ‘성 토마스의 의심'(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1602). 이 작품은 토마스가 실제로 예수의 옆구리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확인하는 순간을 극적으로 포착한 그림으로, 빛과 어둠의 대비(키아로스쿠로)와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 특히 토마스의 손과 시선, 예수의 상처를 중심으로 구성된 장면은 ‘믿음 이전의 확인’이라는 인간적 태도와, 그 이후 도달하는 신앙의 고백을 동시에 보여주는 명작으로 평가된다.

부활 시기가 되면 나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예수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던 제자, 토마스다. 우리는 그를 흔히 ‘의심 많은 사람’이라 부르지만, 실제 모습은 조금 다르다. 그는 끝까지 확인하려 했던,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

카라바조의 그림 속 토마스는 예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꾹 누른다. 비현실적인 신비를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그는 외과의사의 손처럼 정확하게, 조심스럽게, 그리고 집요하게 상처의 경계를 더듬는다. 그 장면은 내 일상 속 장면과 묘하게 겹친다.

나는 군병원에서 손과 얼굴을 다친 이들을 치료하는 재건외과 의사다. 칼에 깊게 베인 손바닥, 절단 직전의 손가락, 뼈와 인대가 드러난 채 응급실로 실려 온 병사들. 상처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나는 매번 묻고 또 묻는다.

“이 손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이 흉터는 기능을 방해하지 않을까.”
“지금의 판단이 정말 최선일까.”

확인은 불신이 아니다. 확인은 책임이고, 사랑이며, 도망치지 않는 용기다. 토마스가 그랬던 것처럼. 토마스는 손을 넣어 확인한 뒤, 짧지만 신학 전체를 뒤흔드는 한마디를 남긴다.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ὁ κύριός μου καὶ ὁ θεός μου)

여기서 ‘주님(Kyrios)’은 공손한 호칭이 아니다. 초대교회가 제국의 권력 앞에서도 놓지 않았던 고백이었다. “카이사르가 주님이 아니라, 예수가 주님이다.” 이 고백은 훗날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의 핵심 문장인 “성자는 성부와 동일본질(homoousios)”이라는 선언으로 이어진다.

토마스는 상처에서 ‘본질’을 보았다. 부활의 표지가 상처로 남아 있음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신적 사랑이 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육체의 파열을 통해 그는 존재의 깊이를 포착했다.

나는 수술실 밖을 나설 때면 종종 토마스를 떠올린다. 상처는 그 사람의 삶을 드러내고, 고통을 숨기지 않으며, 동시에 다시 살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어떤 상처는 폭력의 흔적이고, 어떤 상처는 생존의 증거이며, 어떤 상처는 회복을 향한 의지다.

토마스가 예수의 상처에서 신적 진실을 확인했다면, 나는 환자들의 상처에서 그들의 존엄과 가능성을 읽는다. 부활은 상처가 사라지는 사건이 아니라, 상처가 새로운 의미를 얻는 사건인지도 모른다.

수술을 앞두고 떨리는 손을 내밀던 병사들, “선생님,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던 눈빛 속에서 나는 토마스가 느꼈을 감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확인하고, 만져 보고, 다시 확인한 뒤에야 말할 수 있는 고백. “주님이시다.” 그 고백은 화려하지 않다. 상처의 자리, 손의 자리,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천천히 피어난다. 부활 시기의 토마스는 의심 많은 제자가 아니다. 상처에서 진실을 본 사람, 그리고 상처를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의 고백이 오늘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상처를 피하지 말 것. 확인하되 사랑으로, 만지되 책임으로. 그리고 마침내, 삶의 깊은 곳에서 “Kyrios(주님)”를 발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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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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