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다시 볼 수 있을까”…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추모하며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73세 이른 나이에 별세했다. 필자는 2005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수석부의장을 재외동포 언론인 자격으로 만났다. 남북관계가 한참 화해무드를 타고 정부차원에서부터 민간까지 활발하던 때였다. 개성공단이 본격적으로 가동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금강산 관광도 크게 활기를 띠었다.
필자는 러시아에서 발행되는 한글신문 <겨레일보> 대표로서 한국기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재외동포기자대회에 초청되어 행사일정으로 전세계 동포언론인과 더불어 이해찬 총리 공관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고 뒤이어 금강산도 당일코스로 다녀왔다.
남북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한 작금의 상황에서 지금 와서 그 당시를 생각하면 꿈을 꾼 듯하다. 당시 북한측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할 때 받아든 명패가 국적/민족 항목에 ‘조선’ 이라고 적혀 있어 한편 당혹스러웠으나 다른 한편으로 분단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무엇인가 통일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룡폭포까지 힘겹게 올라가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며 초등학교 당시 배웠던 노래 가사가 떠올라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어릴적부터 꿈꿔온 선경에 비로서 온 느낌이었다. 왜 이제야 이것이 이루어졌을까 라는 일말의 근본적 질문에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바랬다.
최근까지 현실은 어떻게 흘러왔나. 말 그대로 2005년 당시가 꿈인 듯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적대적 남북관계로 되돌아 왔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북한식당은 한국 국적자가 들어갈 수 없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북한식당은 모스크바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 ‘승리’라는 이름의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하는 북한식당이 문을 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하는 남북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의 간극은 더 크게 벌어졌다.
아직도 금강산을 안내하던 안내원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당시 그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모스크바 민주평통협의회 2020년 ‘평화통일’ 공모전에 출품된 ‘이상한 꿈’이라는 작품이 있다. 분단상황이 바로 악몽이고 여기서 깨어나야 한다는 내용을 시화로 풀어낸 러시아 대학생의 작품이었다.
이제 우리는 분단의 악몽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우리의 깨어있음이 현실이 될 때 분단상황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시 금강산을 곧 보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