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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신드쿠리에 편집장] 조혼은 파키스탄의 뿌리 깊은 악습 중 하나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수십년간 노력해 왔고 제도적인 안전장치도 마련됐지만, 지금도 관습처럼 행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교육받을 권리와 유년기의 추억을 빼앗기고 있다.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약 18%의 소녀들이 18세 이전에 결혼하고 있으며, 이 중 약 4%는 15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은 아동 신부의 수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국가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어린 신부들의 조기 임신에 따른 산모와 영아의 사망률이 매우 높은 반면, 경제적인 자립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이들은 가정 폭력에도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다.
1929년 제정된 ‘아동 결혼 억제법’에 따르면 결혼 가능 연령은 여성 16세, 남성 18세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소액의 벌금과 한 달의 징역형에 그칠 정도로 처벌이 미미하며, 법을 위반하더라도 결혼 자체는 유효로 인정되고 있다. 이에 신드 주가 2013년 ‘신드 아동 결혼 억제법’을 제정하며 파키스탄 주 최초로 악습에 도전했다. 해당 법률은 남녀 모두의 최소 혼인 연령을 18세로 상향 조정했으며, 아동 결혼을 인지 범죄이자 보석 불허 범죄로 규정했다.
펀자브 주도 2015년 관련 법안을 제정하며 벌금을 최대 5만 파키스탄 루피(약 25만8,000 원)로 인상하고 징역형을 6개월까지 늘리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다만 펀자브의 법안은 여성의 최소 혼인 연령을 16세로 유지해 근본적인 한계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도 ‘이슬라마바드 수도권 아동 결혼 억제법 2025’을 제정하며 남녀 모두의 혼인 연령을 18세로 상향 조정했다. 2025년 말 보수적인 색채를 띄고 있는 발루치스탄 주도 혼인 연령을 18세로 올리면서 역사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처럼 파키스탄 정부가 제도적인 보호장치를 강화해 왔지만, 일부 종교·정치 집단은 여전히 조혼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대파 중 하나가 마울라나 파즐루르 라흐만이 이끄는 급진주의 정당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람-파즐(JUI-F)이다.
이들은 해당 법률이 이슬람 종교율법(샤리아)에 위배된다며 조혼의 폐지를 반대해 왔다. 이들은 또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결혼 가능 여부가 숫자상의 연령이 아닌 사춘기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며 한 소녀가 사춘기에 도달했다면 18세 미만이더라도 결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JUI-F의 당수인 파즐루르 라흐만은 조혼 방지법에 대해 “무슬림 가족 제도를 파괴하고 저속함을 조장하는 서구의 풍토”라고 강조해 왔다.
JUI-F는 그동안 샤리아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이슬람 이념 위원회(CII)의 판단을 인용해 왔다. CII는 혼인 연령 제한이 비이슬람적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최근 들어 정부가 정책 목표를 위해 연령을 설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2023~2024년 사이 파키스탄 최고 이슬람 사법기관인 연방 샤리아 법원(FSC)도 “결혼의 최소 연령을 설정하는 것은 비이슬람적이지 않은 행위”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마울라나 파즐루르 라흐만을 위시한 강경파는 이같은 변화를 묵살한 채 이슬람 전통주의적 해석을 강조했다.
JUI-F는 조혼을 지키기 위해 물리력까지 행사했다. 이들은 2025년 5월 이슬라마바드 수도권 아동 결혼 억제법이 통과되자 “이슬람 가치에 대한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실제로 국회와 각 주 의회에서도 JUI-F 소속 의원들이 아동 결혼 법안의 사본을 찢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 표결을 방해하는 장면들이 수차례 목격됐다. 앞서 JUI-F 소속 상원의원들은 결혼 연령 상향을 목표로 한 법안들을 상임위원회나 CII로 무한정 회부하는 방식으로 법안의 논의 자체를 저지하기도 했다.
조혼을 둘러싼 대립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국가와 시민 사회는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아동을 신체적·경제적 피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파는 제도적 보호 장치를 종교적 자유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된 것은 악습 철폐의 중대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종교 단체들의 반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법률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엄격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 부호도 따라다닐 것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 The Battle for Childhood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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