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사랑…’타이타닉호’ 마지막 밤, 사랑은 어떻게 선택되었나?

찰스 라이톨러 회고록이 전하는 자기희생의 기록
1912년 4월 15일 새벽,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는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집어삼켰다. 이 참사는 흔히 기술적 오만과 구조 실패의 비극으로 기억되지만, 현장에 있었던 한 생존자의 기록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인간은 무엇을 선택하는가. 타이타닉호의 2등 항해사였던 찰스 라이톨러는 자신의 회고록 <타이타닉과 다른 배들>(Titanic and Other Ships)을 통해 그 밤에 빛났던 자기희생과 사랑의 순간들을 차분히 증언한다.
라이톨러는 침몰 직전의 갑판이 공포와 아수라장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원칙을 지키는 태도, 타인을 우선하는 결단, 그리고 끝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기록한 인물 중 하나는 당시 세계 최고 부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존 제이콥 애스터 4세였다. 임신한 젊은 아내를 구명보트에 태운 애스터는, 아내 곁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함께 탈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이톨러가 ‘여성과 아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자, 애스터는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장갑을 벗어 아내에게 건네며 “곧 다시 만나자”고 말했고, 보트가 내려갈 때 갑판 위에서 거수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라이톨러는 이 장면을 회상하며, 막대한 재산보다 원칙과 약속을 택한 태도가야말로 진정한 품격이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장면은 철강 재벌 벤자민 구겐하임에게서 포착된다. 그는 처음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대피를 시도했으나, 구조 가능성이 없음을 깨닫자 다시 선실로 돌아가 턱시도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승무원들에게 “우리는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신사답게 갈 준비가 되었네”라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구조를 거부하며, 아내에게 자신이 마지막 순간까지 의무를 다했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라이톨러는 구겐하임이 두려움 속에서도 주변을 안심시키며 위엄을 지켰다고 기록했다.
가장 애절한 장면은 메이시스 백화점 공동 소유주였던 이시도르 스트라우스 부부에게서 나온다. 남편이 보트 탑승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사양하자, 아내 이다는 보트에서 내려 남편 곁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평생 함께 살았으니, 죽음도 함께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은 채 갑판 의자에 앉아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이 장면은 생존자들 사이에서 사랑의 승리로 오래 기억되었다.
라이톨러는 이들을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명권을 양보한 사람들로 기록한다. 돈과 지위는 바다 앞에서 무력했지만, 명예와 사랑은 끝까지 지켜졌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통풍구에서 밀려 나오는 공기의 압력 덕분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이, 어쩌면 이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기 위한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회고한다.
찰스 라이톨러는 타이타닉 생존자일 뿐 아니라,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민간 선박을 이끌고 됭케르크 철수 작전에 참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일관된다. 위기의 순간에도 원칙을 지키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며, 인간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밤은 그래서 단순한 참사가 아니다. 그것은 죽음 앞에서도 사랑과 책임을 선택한 인간들의 기록이며,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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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예배] 두려움 없는 사랑 (요일 4:17-21)_베이직교회_조정민 목사_2026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