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밤인가 보다
유성들이 제멋대로
주루륵 흐르고
개똥불도
호박 줄기 감아 오르는
보리밭 돌담 사이로
사알짝 흘러가려는 밤인가 보다
먼 들판 오막살이에는
늙으신 할머니의
무서운 여우 옛 이야기가
껌뻑이는 촛불처럼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새어 나오고~
파아란, 빨강 헝겊이
죽~ 메어 달린
용수 고시락당에
하이얀 귀신이 나와
발끝의 옷자락을 차며
새파란 물결에
몸을 감는다는 밤인가 보다
끄림 그으는 석유등잔 아래에서
초록별 총총한 서편 하늘을 바라보며
외로운 맘 풀 곳 없어
고향친구에게
글이라도 쓰고 싶은
안타까운 밤인가 보다.
*이 시는 이형균 아시아기자협회 명예이사장(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1955년 제주오현중학교 3학년 재학중 쓴 것입니다. 이형균 명예이사장은 “제주도로 피난 가서 오현중학교를 다니던 나는 교지를 편집하던 문학 소년이었다. 박목월이 우리 중학교에서도 문예반 학생들에게 시습작(詩習作)에 관해 잠시 특강을 했다. 나도 여기에 참가했다. 그리고 각종 문학경연대회, 현상공모대회등에 수필, 시를 응모했다.전국학생문예작품현상대회에 출품한 시 한편이 당당히 입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바로 이 시다”라고 했습니다.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