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을 조심함은 우리가 맡은 이 거액의 연보에 대하여 아무도 우리를 비방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우리가 주 앞에서뿐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에 조심하려 함이라”(고후 8:20-21)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돈이 개입되면 상황은 미묘해지곤 합니다. 아무리 좋은 동기와 목적이라 할지라도 돈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잡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한 일을 하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서 마음고생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늘 꼬여있고 관점이 삐딱한 이들의 입방아 때문에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을 볼 때면 화가 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비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초파리처럼 언제 어디에나 꼬이기 때문입니다.
바울 주변에도 그런 자들이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한 거액의 후원금 모금을 진행하면서 그는 적대자들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합니다. 바울은 주변으로부터 신뢰받는 3인으로 재정위원회를 꾸립니다. 횡령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사람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였습니다.
바울은 “조심하다”라는 말을 한 호흡의 문장 안에서 두 번씩이나 반복합니다. 첫 번째 ‘조심하다'(στελλόμενοι, 스텔로메노이)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절제한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 ‘조심하다'(προνοούμενοι, 프로노우메노이)는 고대 행정, 회계, 법률 문서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미연에 방지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던 단어입니다. 바울이 내적 절제와 외적 투명성 모두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은혜를 끝까지 은혜 되게 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한 번 불거진 의혹은 아무리 깨끗하게 해명이 되어도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오해의 불씨로 남게 됩니다. 평생 오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그 사람도 안됐습니다. 오해를 받는 사람은 진실을 알기라도 하지, 오해하는 사람은 진실이 뭔지도 모른 채 마음에 상처와 섭섭함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비둘기 같은 순결함과 더불어 뱀 같은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따뜻한 마음씨와 냉철한 머리가 다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그걸 두루 갖추기가 어렵기에 비둘기 같은 사람, 뱀 같은 사람 등 다양한 기질의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돈은 본질적으로 차갑습니다. 그래서 돈은 냉정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돈을 대하는 마음이 따뜻하면 은혜가 식습니다. 차가운 계산이 때로는 공동체의 따뜻함을 지킵니다.
🎧잠깐묵상 유튜브로 듣기
https://youtu.be/VFYQHKgBMZk?si=CSbanmWloe7hBgs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