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보수는 이념 싸움이 아니라 계층과 세대의 대결로 바뀌고 있다. 부자·대기업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학력층, 블루칼라, 비도시 노동계층까지 확장되며 누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느냐를 두고 싸우고 있다.
한국 보수도 이제는 이념 전쟁에서 민생과 계층 전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보수 대 진보의 낡은 구도가 아니라 국가를 떠받칠 중산층과 서민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경쟁으로 전장이 옮겨가야 한다는 말이다. 엘리트 보수에서 민초 보수, 민생 보수로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이후 워싱턴 기득권과 월가 중심의 이미지를 벗고 농촌, 제조업, 트럭 운전사, 자영업자 등 현장 민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보수도 청와대, 관료, 대기업 눈치만 보던 보수에서 벗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 비정규직, 청년, 지방 주민 같은 생활 현장의 사람들을 붙잡는 보수로 가야 한다. 위에서 설교하는 보수는 끝났고 아래로 내려가 같이 땀 흘리는 보수만이 살아남는다. 기득권 질서를 지키는 이미지도 버리고 기득권을 해체하는 민주적 보수 혁명으로 가야 한다.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공화당 주류와 워싱턴 기득권을 깨자는 분노의 에너지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한국 보수도 ‘우리도 대깨 기득권이다’라는 인식을 깨고 재벌, 관료주의, 정경유착, 특권 카르텔을 향해서도
칼을 들이대야 한다. 보수가 기득권을 지키는 세력에서 기득권을 깨는 세력으로 변해야 청년, 중도, 무당층이 움직인다. 세대교체는 얼굴만 바꾸는 게 아니다. 언어, 방식, 의제까지 바꿔야 한다.
미국 공화당은 정치인이 나이가 많아도 말하는 방식, 사용하는 플랫폼, 다루는 의제가 젊은 세대의 관심사에 맞춰져 있다.
한국 보수도 20~40대에게 다가갈 때 청년위원 한 명 앉히는 걸로 끝낼 게 아니라 단어, 이슈, 소통 방식(유튜브, 숏폼, 밈, 게임, 토론)을 젊게 바꿔야 한다. 세대교체는 나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정치 언어, 의제,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다. 건국 정신 복원도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 팩트, 스토리로 해야 한다.

미국 보수는 건국의 아버지들을 강조할 때 막연한 찬양이 아니라 헌법 조문, 역사적 사례, 교육, 문화 콘텐츠 등 구체적인 서사로 설득한다.
한국 보수도 건국, 6·25, 산업화, 민주화를 말할 때 슬로건보다 데이터, 숫자, 당시의 선택 대안, 국제 비교로 설명해야 젊은 세대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신은 외친다고 복원되는 게 아니라 스토리와 증거로 복원되는 것이다. 통일과 안보도 이념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 기술 문제로 재정의해야 한다.
트럼프는 북핵과 중동 분쟁을 다룰 때 안보, 경제, 일자리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다.
한국 보수도 통일을 안보·민족 감성에만 묶어둘 게 아니라 한반도 인프라, 재건, 데이터, 에너지, 농업, 건설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로 재프레이밍해야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진다. 안보와 통일을 청년의 일자리, 기술, 프로젝트와 연결해야 젊은 세대가 움직인다. 정치는 쇼를 하더라도 결과물이 남아야 한다. (문서, 합의, 프로젝트)
트럼프 외교는 쇼가 많았지만 아브라함 협정, 코소보 경제 합의처럼 종이 위의 합의와 제도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한국 보수도 말로만 개혁, 혁신이 아니라 법안, 예산, 제도, 시범사업 등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쇼를 하더라도 결과가 있는 쇼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민심은 갈라치기가 아니라 대변해주는 사람에게 간다.
미국에서 트럼프 현상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하던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말은 화려한데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다. 상대 진영 욕만 잘하는 정치인보다 우리 동네, 우리 세대 현실을 겁 없이 말해주는 정치인에게 민심이 간다. 당내 반대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리더의 품격을 결정한다.
미국 공화당은 네버트럼프, 전통 보수, 트럼프주의 등 내부 갈등이 심했지만 큰 선거에서는 정권 교체와 정책 방향을 위해 어쨌든 힘을 모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한국 보수도 계파, 계보, 친○, 비○ 싸움으로 에너지를 다 소모하면 국민 눈에는 나라보다 자기 권력이 먼저라는 인상만 남는다. 내부 경쟁은 하되 선거, 정책, 국가 위기 앞에서는 한 팀이 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보수는 트럼프를 통해 기득권 깨기, 민중 보수, 안보와 경제 패키지라는 하나의 방향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방식이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는 미국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보며 선택할 수 있는 후발 주자다.
한국 보수는 미국 공화당의 장점(민생, 계층, 기득권 타파, 판 바꾸기)은 배우되 단점(무모함, 분열, 극단적 언어)은 피해서 품격 있는 민중 보수, 데이터와 실력으로 가는 한국형 보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