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여성 수영선수 토렌스는 41살 나이에 역대 최고령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는 “20살 이상 차이의 선수들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수영장의 물은 선수의 나이를 모른다”는 명답을 내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 방 먹인 거다.
1953년생 뱀띠로 72살인 필자는 쏜살같이 가버린 세월이 아쉬워 70대 이후에 큰 일을 이룬 분들을 찾아봤다. 특히 문화예술계에 그런 분들이 많다. ‘미국의 샤갈’이라 불리는 화가 리버맨은 77세에 그림을 시작해 103세까지 활동했다.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는 자수(刺繡) 때문에 손가락이 곱아 더 이상 못하게 되자 76살에 그림으로 방향을 바꾸어 101세까지 활동하며 미국 최고의 화가가 됐다. 미국의 유명한 구겐하임미술관은 프랭크 나이트가 91살에 완성했다.
피카소는 92세에 18세 소녀를 새 연인으로 앉히고 그를 모델로 명작을 그렸다. 파블로 카잘스도 92세에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필자가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시절(1990-1993)부터 ‘아버님’이라고 불렀던 고(故) 한묵(韓默) 화백은 11월 2일이 9주기인데, 102세 때까지 작품활동을 하다 작고했다.
학계에도 7080의 노익장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8월 윤화중 건국대 명예교수는 81세에 성균관대에서 유학(儒學) 박사학위를 땄다. 2002년에는 80세의 김송고씨가 대구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지방법원장 출신인 강봉수 전 판사는 놀랍게도 물리학에 도전해 2008년 73세에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초 물리학을 하고 싶었으나 부모의 강권으로 법대에 갔고 법관을 정년퇴임한 뒤 60대에 학부부터 물리학에 도전해 만 73세에 박사가 됐다.
만 91세의 배우 이순재는 ‘세계 최고령 햄릿’ 등 기록을 경신했고, 85세 최불암도 현역이다. 패티 김은 86세의 나이에 ‘불후의 명곡’에 나와 시청자를 울렸고, 84세의 국보급 가수 이미자도 현역이다. 지난 2022년 5월 국정원장에서 물러난 83세 박지원은 2024년 22 대 국회의원이 됐고, 여러 개의 방송 유튜브를 통해 ‘방송 대통령으로 불린다. 성경에는 나이와 관련한 여러 얘기가 전해진다. 아브라함은 75살에 신앙을 시작했고, 모세는 80살에 새로운 신앙의 삶을 출발해 120살까지 현역으로 살았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나이 20을 약관(弱冠)이라고 할 때 70은 고희(古稀) 혹은 종심(從心)이다. 마음 가는 대로, 자유자재라는 얘기겠다. 연령의 특징을 기질(氣質)로 분류해 20대를 혈기(血氣,) 30대를 객기(客氣), 40대를 오기(傲氣), 50대를 지기(志氣), 60대를 직관(直觀), 70대를 달관(達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되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많은 노인들의 애송 수필이다. 중국으로 가면 이백(李白)의 추포가(秋浦歌)가 있다. 白髮三千丈 緣愁似個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흰 머리털 어느새 삼천길/ 근심으로 인해 이처럼 길어졌네/ 알지 못했던 사이 거울 속에는/ 허연 서리가 내 머리털에 내려앉았네) 나는 이백의 추포가를 늙어감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그 반어법(反語法)이라고 해석한다.
많은 노인들이 좋아해 수첩에 적어 갖고 다니기도 하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도 널리 애송된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말한다/ 때로는 20대의 청년보다 60대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