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음악의 유행도 돌고 돈다.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소울(Soul)을 재해석한 네오 소울(Neo Soul)은 1990년대 중반 탄생했다. 네오 소울은 소울의 다소 정적인 분위기에 그루브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디안젤로(D’Angelo),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로린 힐(Lauryn Hill), 라파엘 사딕(Raphal Saadiq) 등은 네오 소울 무브먼트(Neo Soul Movement)의 개척자들로 불린다.
그 중 디안젤로는 1995년 데뷔앨범 ‘Brown Sugar’와 동명의 싱글을 발표하며 네오 소울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디안젤로는 1996년 당대 최고의 스포츠스타 마이클 조던이 출연한 실사애니메이션 ‘Space Jam’의 OST ‘I Found My Smile Again’을 부르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1998년에는 네오 소울의 대표 뮤지션인 로린 힐과 ‘Nothing Even Matters’를, 2002년에는 라파엘 사딕과 ‘Be Here’를 협업하며 장르팬들의 필청 트랙을 탄생시켰다.
2000년 1월, 디안젤로는 두번째 정규앨범 ‘Voodoo’를 발매하며 스포모어 징크스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 앨범은 네오 소울의 정점이라 여겨지며 2000년대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디안젤로는 이 마스터피스를 끝으로 오랜 침묵에 빠져들었다.
친구의 자살로 인해 술과 마약으로 얼룩지면서 한때 가장 완벽한 아웃핏을 지녔다는 평을 받던 그의 모습도 온데간데 사라졌다. 살찌고 눈 풀려있는 그의 사진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침체기에 빠져있던 2006년 제이딜라(J Dilla)의 사후 앨범에서 커먼(Common)과 함께 참여한 ‘So Far to Go’라는 희대의 역작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앨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 디안젤로가 새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는 루머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이전보다 건강해진 모습으로 투어를 돌면서 팬들의 기대감도 커져갔다. 그리고 2014년 디안젤로는 약 14년만의 정규앨범인 ‘Black Messiah’를 발매했다. 이 앨범을 함께했던 밴드 뱅가드(Vangard)와 투어도 진행하며 대중과 만났지만 ‘Black Messiah’는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말았다.
세상은 그를 게으른 천재라 여겼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데뷔 이래 30년간 정규 앨범이 단 3장에 불과했다. 절제되지 않은 자기 관리로 망가진 모습들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네오 소울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듯이, 위켄드(The Weeknd)와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같은 다음 세대 아티스트들도 그로부터 영감받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프랭크 오션의 가장 오랜 동료이기도 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는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2000년 3월 9번째 생일날 수중에는 20달러 밖에 없었다. 오직 한 장의 앨범만 사고 나올 생각이었다. 집에서 늘 틀어 놓던 ‘Brown Sugar’가 떠올라 ‘Voodoo’를 손에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앨범이 내 음악적인 DNA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 ‘Voodoo’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동시대에 그의 예술을 즐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내 음악은 그로 인해 창조됐다. 부디 평안하길.”
음악의 유행은 돌고 돈다. 지금은 메인스트림의 중심에서 잠시 물러나 있지만 언젠가 네오 소울이 재조명 받는 날이 온다면 디안젤로의 유산은 틀림없이 다음 세대의 영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