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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 또다시 홍수 대참사를 겪었다. 올해 6월 말부터 두 달여 지속된 집중 홍수로 1천 명 이상이 사망했고, 4천채 이상의 가옥이 파손됐다. 경제 피해도 막심해 약 14억 달러(약 1조9,6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으며, 손실의 대부분이 국가 산업의 중심인 농업 부문(약 1조4,000억원)에서 발생했다. 앞서 2022년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천문학적인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은 바 있으나,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금 대형 참사와 마주한 것이다. ‘아시아엔’은 특히 홍수 피해가 컸던 파키스탄 신드 주 출신 지역운동가의 기고문을 전한다. – 편집자
[아시아엔=자히르 우딘 바버 주네조] 파키스탄은 우리가 흔히 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더한 다섯번째 계절을 맞이한다. 바로 ‘자연재해’의 계절이다.자연재해는 사계절을 불문하고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파키스탄의 국회의원, 고위관료, 행정 당국은 여전히 다섯번째 계절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어쩌면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파키스탄 지방 정부는 재해대책이 단순한 사후 대처가 아닌, 재해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해 시민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올바른 재해대책은 비상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준비돼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늘 그렇지 못했다.
얼마 전 동료들과 당국에 ‘선제적 조치’에 대해 제안할 기회가 있었다. 비상사태 시의 대피 지원, 지역사회 인식교육, 기타 지원 프로그램들을 제안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지옥의 문을 열지 말아라”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한정된 자원 하에서 활동하는 NGO는 정부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 NGO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은 국가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들은 지원 절차가 수년간 질질 끌리거나 결국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도층이 도시 중심부의 사무실 한 켠에서 논의하는 탁상행정은 지역 주민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 밀착형 지원이지만 정부 기관 대다수는 물질적인 장비는 커녕 인력 또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주민 복지 담당부서가 있긴 하지만 이들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재해대책의 대부분이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점이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체계가 없으며, 제대로 된 경험을 갖춘 인력도 전무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해 있다.
나는 지역운동가이자 사회복지사로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 수년 간 한시의 쉴 틈도 없이 재해구호에 나서 왔다. 하나의 위기가 끝나기도 전에 또다른 위기에 겨우 겨우 대응해 왔다.
이 나라의 최고위층부터 시골동네 관리까지 모든 정부 기관이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재해대책을 수립하길 희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 나라의 어떠한 가정도 매년 반복되는 기후 재앙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국민을 위해 임명된 공무원들이 국민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아시아엔 영어판: Natural Disasters: Pakistan’s Fifth Season – THE As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