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질서의 나라’ 싱가포르, 경찰보다 무서운 ‘벌금의 도시’

시위가 허용되는 구역

철통 치안, 첨단기술, 그리고 ‘벌금’이 만드는 무범죄 사회

‘벌금의 도시(Fine City)’라는 별명을 가진 싱가포르는 겉으로는 ‘훌륭한 도시(Fine City)’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벌금이 많은 도시’라는 의미도 지닌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법질서가 엄격하게 집행되는 나라 중 하나이며, 경찰보다 벌금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 곳곳에 세밀한 통제가 작동한다.

공공장소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수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500달러,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1,000달러, 가연성 물질 반입 시에는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단횡단은 1,000달러, 거리 쓰레기 투기는 2,000달러 또는 최장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첫 위반에 5,000달러, 재차 위반 시에는 무려 1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러한 강력한 제재는 단순히 공공질서를 넘어서 시민 생활 전반을 규율한다. 예컨대 어린이집에서는 아동마다 전자태그를 사용해 등하원 시간과 위치가 자동 저장되고, 교실 내부에는 아동 5명당 1대꼴로 CCTV가 설치돼 아동 학대나 차별, 체벌 등을 사전에 방지한다. 이렇듯 감시는 ‘자유로운 통제사회’라는 외형 속에 철저하게 내재되어 있다.

이 같은 감시체계의 중심에는 싱가포르 경찰청(Singapore Police Force, SPF)이 있다. 내무부 소속의 국가 경찰조직인 SPF는 약 1만4천여 명의 경찰관과 보조경찰, 특수기동대, 드론부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을 7개 관할지구(Division)로 나눠 촘촘한 치안행정을 수행한다. 다민족 사회답게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영어 등 4개 언어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도시의 안정을 위해 싱가포르 경찰은 다양한 특수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테러나 비상사태에 대비한 SWAT(특공대), 기동대, 여성 전투경찰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도심 경비와 긴급 대응을 전담하며, 특히 드론 전담 특수부대는 불법 드론을 탐지해 전파차단장치(drone jammer)로 무력화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네팔인으로 구성된 구르카(Gurkha) 부대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외교시설과 주요 국가시설 경비, 시위 및 테러 진압 등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며, 철저한 훈련과 통제 하에 일반 경찰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용된다. 약 2천 명 규모의 이 부대는 ‘군대 아닌 경찰’로 불리며 엄격한 규율을 자랑한다.

해상 치안도 철저히 유지된다. 해양경찰(POLICE COAST GUARD)은 밀입국과 해상 범죄를 차단하며, 고속 순시정과 해안 초소, 레이더망으로 싱가포르 해역을 감시한다. 육상에서는 무려 8만6천 대 이상의 CCTV가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이 순찰과 범죄자 감시, 경고 방송, 무단횡단 단속까지 수행하고 있다.

경찰력에 의존하지 않는 커뮤니티 폴리싱도 활성화되어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범죄 예방 활동에 참여하고, 각 지역 담당 경찰이 주민과 직접 소통하며 공동체 치안을 실현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처럼 질서에 방점을 둔 통제 사회는 인권 측면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집회와 시위는 오직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라는 지정 장소에서만 가능하며, 이를 벗어나면 공공질서법(Public Order Act)에 따라 벌금 1만 달러 또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싱가포르 경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범죄율 세계 최저, 치안 안정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감한 벌금제도, 기술 기반 감시 시스템, 청렴한 경찰 인력, 그리고 공동체 중심 치안 구조가 함께 작동하며, 싱가포르는 질서 속 자유라는 역설적 도시 모델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남단에 위치한 도시국가(City-State)로, 본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 ‘싱가푸라(Singa Pura, 사자의 도시)’에서 유래했다. 1511년 포르투갈 식민지배, 1641년 네덜란드 점령, 1819년부터는 영국의 무역항으로 개항되었고, 1963년 말레이시아 연방에 편입됐다가 1965년 “중국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분리 독립했다.

2차대전 중에는 일본군의 점령을 받기도 했으며, 현재는 부산보다 약간 작은 면적에 인구 약 600만 명이 거주한다. 지형은 산지 21%, 농지 0.8%이고 나머지는 평지다. 중국계 74%, 말레이계 14%, 인도계 9%의 다민족 구조이며, 주요 종교는 불교(31%), 기독교(19%), 이슬람(16%), 도교(9%), 힌두교(5%)다. 공용어는 영어이며, 금융·무역·관광 중심 경제로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2만7,500달러에 달한다.

김중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부총재, 이실학회 창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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