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칼럼

유월..새파란 하늘이, 뜨거운 태양이 핏빛 같은 선열의 넋으로

한반도를 지켜내기 위한 숱한 죽음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6·25는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상처는 실향민들의 눈물 마른 한과 긴 38선이 말해준다.

현충원 길가에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친구의 아들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갓 제대한 젊은이였다. 순직한 군대 동기 성묘하고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아! 이 평시에도 젊음이 스러져 가는구나! 문득 유월의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늘은 질리게 새파랗고, 태양도 뜨겁도록 작렬한다.

왜 이렇듯 새파란 하늘이, 뜨거운 태양이 핏빛 같은 서러움으로 다가오는가! 죽은 선열의 넋이 찾아 들어서이다.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지켜내기 위한 숱한 죽음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6·25는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상처는 실향민들의 눈물 마른 한과 긴 38선이 말해준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죽어간 사람들이 칼 들고 총 들어 저항하다 죽어간 사람만이 아니다.

제 자리에서 제 직분을 묵묵히 해내다가 생을 마친 사람들의 몫이 훨씬 더 많다. 산과 들, 그리고 강가 여기저기에 누워 있거나 뿌려진 민초들이다.

그들 삶이라 하여 결코 하찮은 삶이 아니다. 좋은 날이 궂은 날이나 변함없이 살아 나가는 사회와 나라의 굳건한 바탕이자 버팀목이다.

할 말이야 어디 한둘에 그치겠는가. 그런데도 그저 참아내고 있기에 나라 모양새가 지탱되고 발전해 나간다고 할 것이다.

그 말 없는 다수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에 나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호국이 비로소 가능하다.

입으로 애국애족을 외치는 자는 뒤로 빠지기 일쑤다. 내 몸, 내 일가 건사하기 바쁘다.

그러나 산하를 붉게 물들이며 산화한 사람들은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했다. 공허한 말을 멀리한 채 남보다 앞장서 아무런 미련도 없이 몸을 던졌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이름 팔기를 떠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내 한 목숨 버리기는 지난한 일이다.

이러저리 재다가는 결코 실천할 수 없다. 충정 하나로 우직하게 몸을 바친다. 단순명쾌하게 실행한다.

유월에는 그렇게 삶을 살다 간 넋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숨결, 손길, 발자국이 선명한 조국으로 돌아온다.

비록 매년 한 번 우리가 모시더라도, 흔쾌히 부모님에게로, 형제자매에게로, 집사람에게로, 아들딸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유월을 간다. 유월이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칠월이 들어선다. 빈틈없는 자연계의 운행이다. 이 틀 속에서 우리도 살아간다.

산 자는 산 자의 삶을 산다. 죽은 사람이 산 자를 위해 희생했듯이 뒤에 오는 후손들을 위하여 산다.

비록 순국하신 분들과 똑같은 삶은 살지 못하더라도 그 뜻 이어가게 만들고는 유월은 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칠월은 들어선다.

내년에도 우리는 그곳에서 뜻을 기리고 다짐할 것이다. 한밤을 달려 새벽에 도착한 할머니의 하염없는 눈물을 또 볼 것이다. 그때 우리는 또 제때, 제대로 성실하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살 것을 다짐할 것이다.

비목

김중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부총재, 이실학회 창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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