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라운드업 20250623] 기로에 놓인 이란 ‘미국과 확전’ 또는 ‘이스라엘과 소모전’
1. 중국 관영지 “미국이 위기 초래…호르무즈 봉쇄, 세계경제에 도전”
–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으로 중동 정세 긴장이 높아지고 세계적인 에너지 운송로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등을 짚으며 미국을 비판. 중국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3일 사설에서 “미국의 행동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중동의 긴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면서 “미국의 폭탄이 타격한 것은 국제 안보 질서의 기초”라고 주장.
– 매체는 이어 이란 의회가 세계 석유·가스 총소비량의 20%가량이 운송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고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짚은 뒤 “전쟁에 의해 통로가 봉쇄되면 국제 유가는 급격히 요동칠 것이고 국제 해운 안전과 경제 안정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 매체는 “중동의 역사는 외부의 군사적 개입이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않고, 지역적 증오와 트라우마만 심화할 뿐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미국의 힘에 의한 강압 뒤에 있는 잘못된 논리는 평화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음.
–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이란에 연락하기를 권한다”면서 “중국은 원유 수입을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으나 중국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음.
–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이날 논평에서 “여러 가지 징후들이 트럼프가 현재 초조해하고 있고, 미국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보여준다”며 미국이 ‘외로운 싸움’에 나선 가운데 이란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음. 뉴탄친은 “호르무즈 해협이 진정 봉쇄된다면 글로벌 유가가 폭등할 것이고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음.
2. ‘비자금 논란’ 자민당 도쿄선거 참패, 참의원 선거도 ‘위기’
– 지난해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56석을 잃으며 참패했던 집권 자민당이 22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도 역대 최소 당선자를 배출하며 ‘역사적 대패’를 맛봤음.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당을 향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하면서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로 평가받는 내달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음.
– 자민당은 이번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전체 127석 가운데 21석을 얻는 데 그쳤음. 의석수는 기존 30석에서 9석이 감소. 이전 최소인 2017년의 23석보다도 2석 적음. 나아가 자민당은 의회 제1당 지위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에 다시 내줬음.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획득. 자민당이 참패한 결정적 요인으로는 ‘비자금’ 문제가 꼽힘. 도쿄도 의회의 자민당 회파(會派·의원 그룹)는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음.
– 비자금 문제는 자민당이 작년 10월 총선에서 패배한 주된 원인으로도 지목.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오랫동안 비자금을 조성해 왔음. 이 사실이 드러난 후 일부 의원은 징계받았고, 자민당 파벌은 대부분 해체.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인물 중 간부 출신 6명을 공천하지 않았으나, 표심을 얻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임. 비자금과 관계된 자민당 계열 후보는 17명 출마했는데, 5명이 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음.
– 아사히신문이 2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는 62%가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답했음. 이들 중 비자금 문제에도 자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자는 12%에 불과. 아사히는 자민당이 총선에 이어 냉엄한 심판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면서 “자민당은 비자금 문제를 설명하기보다는 고물가 대책, 국정과의 협력을 호소했다”고 짚었음. 아울러 비자금 문제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그동안 지켜온 도쿄도 의회 선거 후보자 ‘전원 당선’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요인으로도 분석. 공명당은 19석을 얻었으나, 후보자 3명은 낙선.
– 일본 정치권은 이제 전열을 재정비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 준비에 돌입. 참의원 정원은 248명이며 3년마다 의원 절반을 뽑음. 이번 선거에서는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이 선출. 선거 대상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현직 자민당과 공명당 의원은 각각 52명, 14명으로, 두 정당은 총 50명의 당선자를 내면 참의원에서 과반을 유지. 일본 정계가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를 주목해 온 이유는 정국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왔기 때문.
– 이러한 상황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경우 일본 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것으로 전망. 당장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로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총리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음. 자민당 총재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시바 총리는 이에 대응해 공명당 이외에 야당 일부를 끌어들여 연정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
3. ‘통화 유출’ 태국 패통탄 총리 “연정 단결 확인”
– 캄보디아 훈 센 상원의장(전 총리)과의 통화 내용 유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연립정부 참여 정당들의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혔음. 23일 로이터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패통탄 총리는 전날 방콕 시내 한 호텔에서 연정 참여 정당 지도자들을 만나 연정 유지 의사를 확인. 이 자리에는 집권당 프아타이당 대표도 맡고 있는 패통탄 총리 외에 민주당과 찻타이파타나당 등 연정 정당 대표들이 모였음. 연정 잔류 조건으로 패통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루엄타이쌍찻당(RTSC)의 피라판 사리랏타위팍 대표도 참석.
– 패통탄 총리는 회동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정에 남은 모든 정당이 자신을 지지하며 프아타이당이 이끄는 연정에 남아 단결할 것을 재확인했다며 감사를 표했음. 그는 “단결해 국민을 위해 문제를 풀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가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적 안정 유지에 힘쓰겠다고 강조. 앞서 프아타이당 사무총장인 싸라웡 티안텅 관광체육부 장관은 야권이 요구하는 총리 사임이나 의회 해산 없이 정부는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음.
–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지역 충돌로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패통탄 총리는 지난 18일 캄보디아 실세인 훈 센 의장과의 통화 내용 유출로 파문을 일으켰음. 그는 훈 센 의장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저자세를 보였고, 캄보디아 국경 지대를 관할하는 자국군 사령관을 ‘반대편’이라며 깎아내려 거센 역풍을 맞았음. 프아타이당과 갈등을 겪던 연립정부 내 제2당 품짜이타이당이 이를 계기로 연정에서 탈퇴해 연정 붕괴 위기에 처했고, 야권은 총리 퇴진과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있음.
– 품짜이타이당 외에 남은 연정 참여 정당들의 잔류로 패통탄 총리는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정국은 불안정. 친군부 세력 등 보수 진영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상원은 헌법재판소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에 총리 탄핵을 청원. 반(反) 탁신 진영 정치단체 등은 오는 28일부터 패통탄 총리 사퇴와 연정 참여 정당들의 탈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 예정.
4. 충격에 휩싸인 이란 국민들, 미국·이란에 분노·무력감
–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며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에 직접 개입하자 이란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무력 충돌이 누그러질 기미 없이 확전 일로를 걸으면서 이란 국민들 사이에는 나라가 또 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직후 이란 시민들은 NYT와 통화에서 이란의 앞날이 더욱 거대한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고 호소.
– 이날 미국의 공습 소식을 접한 이란 시민들은 핵시설 공격으로 이란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한 미국과 더불어 이러한 상황을 막지 못한 자국 정부 모두에 대한 분노, 무력감을 드러냈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의사로 일하던 중 테헤란에 방문했다가 현재 발이 묶인 상태라는 파르사 메흐디푸르(29)는 NYT에 “이러한 긴장은 민간인들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미국의 핵시설 공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이란 국민들에 재앙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
– 수도 테헤란을 떠나 이란 북부 지역에서 피란 중인 페이만(44)은 NYT에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져있다. 그 누구도 고작 6∼7일 만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음.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두를 좋아하지 않지만, 전쟁 위기를 초래한 이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음. 그는 이번에 미국의 공습을 받은 포르도 핵시설에 이란 정부가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은 것에 안타까워하면서 “이 멍청한 정부에 대한 40년에 걸친 증오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음.
– 시민들 사이에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란 당국자들과 국영 언론은 대외적으로 애써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여론을 관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공습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테헤란의 병원을 공개 방문했으며, 도중에 시내에서 열린 반미 집회에 들러 참석자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음.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국영 TV는 미국의 공습을 받은 핵시설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인근 주민들도 폭발음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
– 그러나 NYT와 대화한 복수의 익명 당국자들은 대외적인 입장과 달리 정부 내부에는 미국의 공습을 허용한 것에 대한 패배감과 굴욕감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음.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보복 여부와 강도 등을 두고 이란 정치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덧붙였음. 일부 당국자들은 미국 공습 이후 24시간 넘게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 대해 “그는 어디에 갔는가”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음.

5. 기로에 놓인 이란 ‘미국과 확전’ 또는 ‘이스라엘과 소모전’
–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이 미국의 핵시설 폭격으로 중대한 갈림길에 섰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평화의 시기가 왔다”고 주장.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전쟁을 멈출지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큼. 당장 이란이 보복을 경고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전쟁을 멈출 의향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이란 신정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 핵무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게 가장 신속한 종전 시나리오로 꼽힘. 그러나 이는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로 꼽힌다는 게 글로벌 안보 전문가나 현지 언론들의 진단. 가뜩이나 미국의 제재로 악화한 경제난과 각종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숙적’ 이스라엘과 미국에 일방적으로 난타당하다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정권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
–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공습이 ‘단발성’ 개입임을 시사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처럼 미국이 지상군을 대거 투입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평가. 이는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버텨내며 국면 전환을 노릴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필립스 오브라이언 교수는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현재 이란 지도자들의 최우선 과제를 정권 유지로 봤음. 오브라이언 교수는 “이란 정권으로서는 최소 한번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강력한 보복을 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분석.
– 향후 전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는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강력한 보복을 감행할지가 우선적으로 거론. 확실하게 보복하면서도 미국과의 전면전은 피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이란 정권은 공격 수위를 신중하게 조절할 것으로 보임. 확전을 불사하고 이라크와 카타르, 바레인 등 주변국의 미군기지 등에 대대적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다면, 미국이 입장을 바꿔 전면 개입하면서 정권이 붕괴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
– 세계 원유 소비량의 25%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한 뒤 이를 카드 삼아 협상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역시 미국의 추가공격을 부를 위험성이 큰 것으로 평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는 이란의 자해로 평가되기도 함.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그것은 이란인들 입장에서 자살 행위”라며 이란 전체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
– 일부에서는 최근 선례를 볼 때 이란이 이번 사태를 다시 한번 미국과의 ‘약속대련’으로 봉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옴. 2020년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공습으로 제거했을 때처럼 실질적 피해가 없는 상징적인 수준의 공격으로 미국에 대한 보복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얘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 보복을 피한 채 이스라엘에만 공격을 집중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보도.
– 다만 이란이 미국을 전쟁에서 배제한 경우 이란이 이스라엘과 출구 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음.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은 연일 이란 각지를 폭격 중이지만 전쟁을 끝낼 ‘결정적 한 방’을 갖고 있지는 못한 실정. 그런 만큼 이란 정권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하는 동시에 지금껏 비축한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 제조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음.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향후 전쟁 경로를 둘러싼 근본적인 변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폭격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피해를 봤는지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