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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고혈압…한국인 3명 중 1명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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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 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고혈압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다 심각한 심뇌혈관 합병증을 불러오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혈압 환자 절반은 본인도 모른 채 방치하고 있고, 실제로 혈압을 정상 범위로 관리하는 이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공개한 ‘2024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약 1300만 명으로,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도 89만 명이 고혈압 환자로 추정되지만, 이 중 15%도 채 되지 않는 13만 명만이 질환을 인지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

고혈압은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고, 젊을수록 경각심이 낮아 방치되기 쉽다. 그러나 혈압이 높아진 상태가 지속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뇌졸중, 심부전, 신부전 등 중대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젊은 환자가 갑작스러운 두통,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수는 2019년 약 632만 명에서 2022년 727만 명으로 3년 새 15%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형태도 주의가 필요하다. 백의고혈압은 병원에서 의사를 대면할 때 긴장으로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우이며, 가면고혈압은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지만 실제로는 고혈압 상태인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혈압이 140/90mmHg 이상, 가정에서는 135/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같은 시간대, 같은 조건에서 반복 측정하고 양팔 모두 재본 뒤 높은 값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측정 전에는 카페인, 흡연, 운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원인에 따라 본태성(원인 불명)과 이차성(신장질환, 내분비 이상 등 뚜렷한 원인 존재)으로 나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은 생활습관과 유전 등 복합적 요인이 결합된 본태성 고혈압이다. 염분 과다 섭취, 비만, 운동 부족,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합병증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뇌출혈이다. 고혈압으로 약해진 뇌혈관이 터지면 뇌 조직이 손상돼 반신불수나 언어장애,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또한 고혈압은 심장에 무리를 줘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등을 유발하고 동맥경화 진행을 가속화한다. 신장 기능도 서서히 망가져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는 크게 생활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뉜다. 초기 단계라면 체중 조절, 저염식, 꾸준한 운동 등으로도 충분히 혈압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거나 합병증 위험이 크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혈압약 복용 초기에는 어지럼증이나 기침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예방 7대 수칙으로 △싱겁게 골고루 먹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 운동 △금연·절주 △채소 중심 식단 △스트레스 줄이기 △정기 혈압 측정과 진료를 권고한다.

고혈압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 검진과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침묵의 살인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건강 장수의 첫걸음이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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