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벤웨주, 기독교 농민 대규모 학살…정부 무대응 속 참극 ‘반복’

2025년 6월 초, 나이지리아 중부 벤웨주(Benue State)에서 벌어진 일련의 공격으로 최소 85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현지 농민들로, 풀라니계 무장세력으로 추정되는 민병대가 마을을 습격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부족 간 충돌이나 종교 갈등을 넘어 선 조직적 폭력의 전형으로, 지역사회와 국제사회 모두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무장세력의 습격, 일주일 새 85명 희생
6월 1일 저녁, 벤웨주 남부의 그워르웨스트(Gwer West)와 아파(Apa) 지역 마을들이 차량을 타고 진입한 민병대에 의해 습격당했다. 주민들은 “불이 나고, 총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며 공포의 밤을 증언했다. 단 하루 만에 43명이 사망했으며, 불과 며칠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42명이 숨졌다. 체 안츠왐(Tse Anchaum)에서는 학교 인근에서 시신 17구가 수습되었고, 아파 지역에선 여성 14명이 버스에서 납치되어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군과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공식 발표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집단학살인가, 단순 충돌인가
나이지리아에서는 기독교 농민과 무슬림 풀라니 유목민 간의 충돌이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격의 규모와 방식, 피해자의 특정성으로 인해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집단학살’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플래토(Plateau)주 주지사는 이번 사태를 “종교를 기반으로 한 조직적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국제 인권단체 ‘Intersociety’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1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폭력 사태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약 7,000명은 벤웨주에서 발생했다.
박해의 원인: 기후, 토지, 그리고 무책임
폭력의 배경에는 단순한 종교 갈등 이상의 복합적 문제가 있다.
첫째는 기후 변화다. 사막화와 물 부족으로 인해 북부 지역의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기존 농민들과의 토지 갈등이 심화되었다.
둘째는 정부의 무대응이다. 주민들은 당국에 수차례 경고와 신고를 했지만, 정부와 군은 사실상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셋째는 무기 확산과 법의 부재다. 민병대는 AK-47 등 자동화기로 무장한 채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차단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 NGO 등은 종교 간, 부족 간 신뢰 회복을 위한 교육과 대화 프로그램을 즉각 실시하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