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건축학자 유현준 “공간확장 세 방향에 주목을”

울릉도를 거점으로 동해안을 개발하고 일본의 서부 해안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서 동해를 21세기의 지중해로 만들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부산을 21세기의 싱가포르로, 울릉도를 21세기의 시칠리아섬으로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사진은 멀리서 본 울릉도
[아시아엔=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스페이스컨설팅그룹(SCG) 대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사회적 위기는 ‘빈부격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계층 간 이동 사다리 없음’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성경을 보면 예수도 ‘어느 시대나 가난한 자는 있다’고 말하였다. 역사를 보면 가난한 사람을 모두 없애주겠다고 약속한 자들이 실제로는 자신이 독재자가 되어서 역사를 더 어둡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빈부격차의 실질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직접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행히 방법은 있다. 공간을 확장하면 된다. 공간은 일종의 부동산 자산이다. 따라서 기술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아쉬운 사회적 약자가 먼저 그 공간으로 넘어가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19세기 유럽에서 증기선이 발명되자 대서양을 일주일 만에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유럽에서 가난한 계층이었던 이탈리아 민족과 아일랜드 민족이 대서양을 건너서 미국에 도착했고, 이들은 공짜로 농사지을 땅을 얻어서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여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은 서부까지 기찻길이 뚫리자, 서부로 가서 할리우드와 실리콘 밸리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조선시대까지 땅은 바닥에만 깔려 있어서 소수 양반만 지주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아파트를 짓자, 이전까지는 쓸모가 없었던 허공이 부동산 자산이 되었다. 이 아파트를 산 사람은 모두 부동산을 소유한 지주가 될 수 있었다. 고밀도의 아파트가 만들어지자 상가가 생겨났다. 인구밀도가 높아지자 도시에서 장사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땅문서를 물려받지 못한 사람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장사를 하면 부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북에서 내려온 피란민인 정주영씨가 아파트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어서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도시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서 재벌들의 횡포가 심했을 때 돌파구는 재벌해체가 아니었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자 ‘인터넷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곳에 건너간 젊은 세대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을 일구어서 돈을 벌 수 있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90년대 이후 아무런 공간확장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세 가지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공간확장을 꾀해볼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가상공간의 확장이다. 온라인 공간에 새로운 이민자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적극 발전시켜야 한다. 동시에 오프라인 공간으로 침투하는 인공지능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국토 공간을 재편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라는 공간을 경제적으로 오픈할 수 있어야 한다. 지하자원을 많이 가진 북한은 인구와 시장 면에서 발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이다.

셋째, 북극해로의 진출이다. 지구온난화로 녹게 될 북극해 주변부는 향후 유럽, 북미, 시베리아 해안으로 진출하는 무역로가 될 수 있다. 울릉도를 거점으로 동해안을 개발하고 일본의 서부 해안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서 동해를 21세기의 지중해로 만들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부산을 21세기의 싱가포르로, 울릉도를 21세기의 시칠리아섬으로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공간확장에 더해서 대한민국의 메타인지도 키워야 한다. 한마디로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초강대국들 사이에 끼어있다. 우리가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멋있게 들릴지 모르지만, 국제외교는 그렇게 순진한 세상이 아니다. 주제넘게 중간 조절자 역할을 한다고 했다가는 양쪽에서 공격당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테이블에도 같이 못 앉는 것이 현실임을 우리는 몇 년 전에 겪어 봤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초로 만들어진 국가임을 인지하고 지정학적으로 어떠한 외교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 자리매김을 잘하기 바란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 정세를 파악 못 한 구한말의 조선처럼 나락으로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친 자기 비하도 문제지만 지나친 국뽕도 경계해서 정확한 외교적 메타인지를 가져야 한다.

유현준 교수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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