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엄상익 칼럼] 6.3대선, 나는 이런 사람을 뽑겠다

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

삼십여 년 전 대통령 선거 때였다. 그때 나는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상관이 이런 지시를 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우화가 있잖아? 거북이가 이기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찾아봐.”

참 엉뚱한 지시였다. 어떤 배경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대통령 선거 연설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 거북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자료를 찾던 중, 남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나왔다는 한 아이의 이런 대답이 눈에 들어왔다.

“토끼와 거북이를 물에서 경주하게 하면 돼요. 그러면 거북이가 이겨요.”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 번도 거북이가 물에서 사는 동물이고, 토끼는 육지에 산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었다. 토끼와 거북이는 사는 세계가 달랐다.

엊그제 한 방송에서 정치 원로 한 분이 나와 이렇게 말했다.

“국가 지도자의 요건은 도덕성과 효율성이죠. 김문수는 정직하고 꾸미지 않는 사람입니다. 효율성은 구체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능력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헝클어뜨린 복잡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려면 도덕성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은 상황 판단이 빠르고 사회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원장이었다. 당연히 그의 말은 효율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토끼 같았고, 김문수 후보는 진땀 흘리며 한참 뒤에서 따라가는 거북이 같았다. 토끼를 물로 끌어들여야 이길 수 있는 거북이가, 오히려 진흙탕 같은 정당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나왔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는 대통령의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일해 본 적이 있어서, 비록 일개 부품에 불과했지만 관찰자의 눈은 있었다. 군 출신 대통령들은 집무실에서 재벌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챙겼다. 임기 후에도 그 돈을 챙겼다. 그것은 뇌물이었다. 경제 성장이란 이름의 효율성으로는 그들의 범죄를 덮을 수 없었다.

문민 대통령 또한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당선 축하금을 받았다. 그것이 과연 순수한 축하였을까? 그 돈 안에 낚시 바늘이 없었을까? 대통령들은 왜 그 돈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늘에서 세탁했을까? 그것 역시 뇌물성을 띠고 있었다. 심지어 아들까지 포함한 경제공동체를 형성한 대통령도 있었다. 국정원장이 회사를 경영하던 대통령에 대해 분노를 토로하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돈을 많이 챙긴 대통령일수록 효율성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곤 했다.

나는 지난 대선에서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나태해서가 아니라, 찍을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한 검사였다. 나는 박근혜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국정원장의 변호인이었다. 직접 사건을 처리하면서 본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것은 뇌물이 아니었다. 공소장의 행간에서 나는 정치 검사의 야망과 부도덕을 발견했다.

이재명 후보가 형수를 욕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보고 그의 무도덕성을 느꼈다.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 여배우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나는 ‘영혼이 깨끗한 사람’이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잘살게 되었지만, 인간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 국가는 경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그 해답엔 도덕성이 빠져 있었다.

개인이나 국가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일단 당선되면 목적이 달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각자 다르게 지으셨다. 금 그릇, 은 그릇, 흙 그릇도 만들었다. 하나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릇은 무엇일까? 나는 깨끗한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능력을 갖추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 나는 깨끗함을 유지할 때 하나님이 능력과 복을 더하신다고 믿는다.

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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