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카슈미르 테러 이후 양국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두 나라 정부는 물론 언론들마저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가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아시아엔은 이번 사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인도의 군짓 스라 기자, 파키스탄의 나시르 아이자즈 기자와 양국의 휴전을 전후로 두 차례의 공동인터뷰를 진행, 독자들에게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시아엔은 양국의 언론인에게 ‘국경 너머의 테러리즘’ ‘일시 휴전’ ‘현지 분위기’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의 관점’ ‘현실적인 해법’ 등을 주제로 동일한 질문지를 건네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다. 인터뷰는 문답식으로 이뤄지며, 아시아엔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통해 두 차례 게재된다.
사태의 시발점이 된 카슈미르 테러 이후 양국 정부는 물론 언론까지 연일 상대를 비방하고 있다. 양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군짓 스라: 인도 언론은 이번 사태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주요 방송사와 신문들은 국가 안보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석하며 인도의 국력과 결의를 강조하고 있다. 격앙된 표현까지 동원해 파키스탄을 비난하고 있지만 사태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태를 인류애의 관점에서 다루는 언론들도 있다. 이들 언론은 포격으로 피해를 입고 또 피난 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며 적대행위가 초래한 정서적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보도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모을 수는 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장기적인 전략 등 어려운 주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나시르 아이자즈: 양국 언론은 이번 갈등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인도 언론은 테러리즘과 안보를 강조하는 반면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의 자결권을 부각하며 인도의 호전성을 비판한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서로를 향한 불신만 낳을 뿐이다.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무분별한 가짜뉴스가 지적되고 있다. 관련 사례들이 있다면.
군짓 스라: 양국의 충돌 이후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소셜미디어와 주류 매체들을 통해 확산됐다. 인도가 파키스탄의 핵시설을 공격했다는 루머가 소셜미디어의 실시간 검색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이 인도 공군의 여성 파일럿을 생포했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일부 비주류 매체에서 사진과 기사를 조작해 보도한 사례도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과거 영상들을 유포하거나 사상자 수치를 조작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는 가짜뉴스들이 대중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키웠다.
나시르 아이자즈: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사작전, 민간인 피해, 비공개 협상 등 온갖 가짜정보가 쏟아졌다. 대규모 작전을 암시하는 가짜 영상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미지들도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적대감과 왜곡을 확산시켰다.

전쟁을 경험했던 기성 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에선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소 사그라들었다. 이번 분쟁이 양국 젊은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군짓 스라: 인도와 파키스탄의 젊은 세대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꿈꾸며 자라왔다. 이들은 전쟁의 기억 대신 평화의 희망을 품었다. 공통된 문화를 향유하고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면서 서로를 이웃으로 인식해 왔다. 그 영향으로 두 나라의 국민 대다수도 “우리는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단 공감하면서 말이다. 이번 갈등이 젊은 세대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꾼다면 증오가 그 다음 세대까지 대물림 되는 비극이 벌어질 것이다.
나시르 아이자즈: 젊은 세대는 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들은 갈등이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을 잘 알고 있기에 대화를 통한 평화를 바라고 있다. 긍정적인 태도는 향후 양국이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어떤 나라의 국민이라도 모국이 침략당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파키스탄 국민들이 인도에 무조건 적대적인 것 또한 아니다.
과거 양국은 크리켓 경기나 문화교류 등을 통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군짓 스라: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지만 평화를 포기해선 안된다. 현실적인 해법은 진실과 책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에 대해 믿을 수 있고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폭력이 종식되기 전까진 진정성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 고비를 넘겨야 신뢰의 토대를 쌓아갈 수 있다.
화려한 정상회담도 좋겠지만 그에 비해 다소 소박할지라도 일관된 교류가 중요하다고 본다. 학술교류, 공동 환경사업, 청년 디지털포럼, 인도주의 연대 등 수단은 다양하다. 예술가와 교육자, 청년들이 가교가 될 수 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평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중요하다. 안보에 근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강화하며 공통된 역사에서 영감을 얻는 평화말이다.
나시르 아이자즈: 스포츠나 문화교류 같은 상징적인 제스처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 지속적인 외교협상, 신뢰 구축, 경제협력, 민간교류 확대 등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중재, 지역 단위의 거버넌스, 인권협약 등도 지속가능한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당사국의 국민이자 언론인으로서 상대국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군짓 스라: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선택하지 않은 고통을 물려받았지만 후세까지 물려줄 필요는 없다. 인도의 분노는 파키스탄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갈라놓고 공포에 떨게 하는 세력을 향한 것이다. 테러는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평화를 망가뜨린다. 같은 하늘, 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꿔야 한다. 전쟁이 아닌 진실과 평화를 외쳐야 한다.
나시르 아이자즈: 양 국민 모두가 이해와 공감, 그리고 평화로운 삶을 바란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입장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과 대화는 상호 존중과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끝)
영문기사 링크: India-Pakistan Joint Interview Pt. 2 “A Generation That Has Dreamed of Peace, Not War — Breaking the Cycle of Hatred” – THE As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