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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스틸컷] “우울증 경험하며 마음공부 필요성 깨달아”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마음의 메커니즘과 치유 방법을 배웠다. 마음의 영역은 워낙 방대하여, 각 전문가들은 코끼리의 일부분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참고하는 것이 좋았다.”-본문에서


의학의 발전과 정신질환의 한계

19세기 중반 영국 런던은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는 세균 감염이나 수인성 전염병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고, 오염된 물을 마시며 질병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후 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현재는 대부분 신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로봇수술 등 첨단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신과 마음에서 비롯된 질환, 즉 정신신경질환 분야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뇌와 신경계는 교체하거나 쉽게 수술할 수 없는 ‘블랙박스’로, 그 메커니즘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다.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이 등장한 것도 불과 40여 년 전이며, 정신질환을 분류하는 지침도 40~50년 전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도 치료는 주로 상담과 약물 투여에 의존하고 있으며, 개인에 맞는 약을 찾고 조절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발 가능성도 높다.

정신질환은 환자의 삶의 역사와 배경을 깊이 이해해야 하며, 신체 질병처럼 명확하게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어렵다.

우울증 치료, 병원만으론 부족하다

십수 년 전, 나는 우울증을 겪으며 마음의 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리는 도덕 시간에 ‘착한 마음’을 배우긴 했지만, 뇌, 우울증, 불안증,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려도 그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을 찾았고, 그제야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정신질환은 ‘미친 병’으로 여겨져 정신과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병원을 소개받아 갔더니, 어떤 곳에서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겁을 주었고, 다른 곳에서는 1년 정도 약을 복용하면 낫는다는 등 의사마다 처방이 달랐다. 다행히 좋은 의사를 만나 정확한 처방을 받고, 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하여 건강을 되찾았지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오진이나 과다 진료로 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우울증과 같은 신경질환은 초기를 지나 불면증, 불안장애, 공황발작 등으로 발전하면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신경계가 고장 나면 마음먹는 대로 행동하기 힘들어진다. 일부는 주술, 명리학, 사주팔자, 굿 등 초자연적인 방법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마음의 영역에선 플라시보 효과로 간혹 효과를 보기도 한다.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마음의 메커니즘과 치유 방법을 배웠다. 마음의 영역은 워낙 방대하여, 각 전문가들은 코끼리의 일부분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참고하는 것이 좋았다.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고, 치료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체험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힘들다고 정신과만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고, 치료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체험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영준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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